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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스팅, 영원한 현역의 나이 들지 않는 음악
[리뷰]스팅, 영원한 현역의 나이 들지 않는 음악
  • 바른경제
  • 승인 2019.10.06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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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기자 = 어디를 봐서 내일모레가 칠순이라 말인가.

영국 팝스타 스팅(68)은 가을이 성큼 다가와 다소 쌀쌀한 한국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5일 밤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 마련된 무대 위에 몸에 딱 달라붙은 반소매 티셔츠와 청바지를 무심한 듯 입고 올랐다.

노래를 부르는 목의 근육과 베이스 줄을 튕기는 팔의 근육은 한 시간 넘도록 쉬지 않고 불끈거렸다. 아이돌, 젊은 록스타와 다른 섹시함을 여전히 겸비하고 있었다.

스팅은 공연기획사 프라이빗커브가 5일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펼친 음악 축전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 2019'의 헤드라이너로 나섰다. 올해 펼치고 있는 월드투어 '마이 송스(MY SONGS)'의 하나로 셋리스트는 예상 가능하고 익숙했다.

'메시지 인 어 바틀(Message in a bottle)'로 출발한 공연은 '이프 아이 에버 로즈 마이 페이스 인 유(If I Ever Lose My Faith in You)'를 거쳐 대표곡 '잉글리시맨 인 뉴욕'에서 첫 번째 절정을 찍었다. 객석의 스마트폰이 일제히 불을 밝혔다.

'이프 유 러브 섬바디 셋 뎀 프리'는 그루브감이 넘쳐 축제 같았다. 반면 '필즈 오브 골드' 때는 스팅의 그윽한 목소리가 야외 공연장을 안개처럼 감쌌다.

드디어 영화 '레옹'의 삽입곡으로 유명한 '셰이프 오브 마이 하트'가 나오자 객석은 환호작약했다. 어떤 뮤지션들은 자신들을 대표하는 유명한 곡을 콘서트에서 절대 부르지 않기도 한다. 그 곡의 이미지 또는 아우라가 셋리스트를 압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팅처럼 대표곡을 셋리스트의 다른 곡들과 조화롭게 배치하는 사례도 있다. 시너지를 통해 다른 곡들도 돋보이게 한다.

'워킹 온 더 문'에서는 자유로운 영혼처럼 무대를 종횡무진했다. '소 론리'에서는 감미롭게 외로움을 속삭였고, '록산느'에서는 뜨거웠다.

드디어 '에브리 브리스 유 테이크'가 울려 퍼졌고 올림픽공원 일대는 축제의 장으로 탈바꿈했다. 이날 여의도는 불꽃축제, 방이동은 멜로디와 리듬의 폭죽이 만발했다.

스팅의 내한공연은 이날이 여섯 번째다. 1996년 첫 내한을 시작으로 2005년, 2011년, 2012년, 2017년 한국 팬을 만났다. 2011년부터 오케스트라, 밴드, 소극장 형식의 모든 공연을 지켜봤는데 이날 가장 젊어 보였다.

스팅은 이번 내한 전 e-메일 인터뷰에서 음악을 만들어내는 순간을 잘 포착한다면서 그 과정을 낚시에 비유했다. "음악적 소재는 강 속에 다 있다. 잡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스팅은 걸출한 뮤지션들에 의해 다양한 장르가 개척된 20세기 음악의 대항해시대(大航海時代)에 굵직한 항해사(航海史)를 쓴 대표적인 뮤지션이다.

2014년 영국 바닷가 마을의 조선소를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자적적인 이야기를 녹여낸 뮤지컬 '더 라스트 십'을 브로드웨이에 올리기도 한 스팅만큼 '항해사(航海士)'라는 수식에 어울리는 뮤지션도 드물다. 항해는 언젠가 끝나게 돼 있는데, 그의 항해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영원한 현역이 나이 들지 않는 음악을 들려줬다. 대표곡으로 과거를 환기하면서도, 추억에 머물지 않았다. 젊음의 송가(送歌)가 아닌 송가(頌歌)처럼 들렸다.

한편 이날 슬라슬라에는 백예린x윤석철, 칼리 레이 젭슨, 루카스 그레이엄 등이 출연했다. 6일 같은 장소에서 축전은 하루 더 이어진다. 싱어송라이터 이적과 가수 존박, 미국 R&B 가수 갈란트, 영국 출신 레게 뮤지션 에디 슐레이먼, 호주 출신 밴드 '자쿠비(Jakubi)' 등이 나온다.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