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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판매사에도 점검 의무…"현실성 떨어지고 시장 위축 우려"
사모펀드 판매사에도 점검 의무…"현실성 떨어지고 시장 위축 우려"
  • 바른경제
  • 승인 2020.02.14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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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주 이준호 기자 = 금융당국이 이번 사모펀드 관련 개선안을 '개선 방향'으로 표현하며 '핀셋 규제'를 택한 것은 사모펀드 시장에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각자의 책임과 의무를 강화한다는 데 있다. 과도한 규제 강화는 사모펀드 본연의 순기능을 훼손시키고, 규제비용에 따른 수익률 저하로 귀결되므로 규제 일변도의 제도 개편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은행과 증권사 등 사모펀드 판매사들에 점검 의무를 부과하는 등의 일부 방안은 기존 규제와 상충될 뿐만 아니라, 자칫 시장에 혼란을 야기하고 판매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사모펀드 현황 평가 및 제도개선 방향'을 내놨다. 이번에 발표된 개선 방향은 크게 자산운용사, 판매사, 수탁회사 및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증권사, 투자자 등에 각각의 책임과 역할을 부여하고, 투자자보호에 취약하고 복잡한 투자구조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판매사에게도 펀드 운용에 대한 점검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지금은 판매 이후 판매사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준수해야 할 법적의무가 불분명하다. 그러나 이번 개선 방향에 따라 앞으로 판매사는 적격 일반투자자에 사모펀드 판매시 판매한 펀드가 규약·상품설명자료에 부합하게 운용되는지 점검할 책임이 부여된다. 판매사는 문제 발견시 운용사에 시정을 요구하고, 투자자에게 통지해야 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판매사에 펀드 점검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뿐 아니라, 판매사들의 영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이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에서 내놓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펀드 방지 대책과도 배치된다고 꼬집었다.

OEM펀드란 자산운용사가 판매사의 운용지시를 토대로 만든 펀드로, 자본시장법상 금지돼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 교묘한 방식으로 운영해 왔고, 이러한 사실이 적발되더라도 자산운용사에 대한 처벌만 가능할 뿐 판매사에 대한 제재 근거는 없어 문제가 됐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OEM 펀드 여부를 단순 협의를 제외한 모든 행위를 명령과 지시, 요청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즉 우월적 지위에 있는 판매사와 운용사간 단순협의 외 정보를 교류하는 것을 금지한 것이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현재 자산운용사와의 정보 교류를 제한하고 있는 기존 대책과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펀드 운용 점검을 하려면 정말 실사 또는 전문인력이 투입돼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현장에서는 이제 상품 하나도 이사회를 열어서 통과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더 큰 문제는 전반적인 판매 위축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라며 "당장 오늘만 해도 자산관리(WM) 쪽에서 취소물량이 많이 나왔다고 토로하는데, 최근 일반 사모펀드 뿐만 아니라 이와 비슷한 구조의 상품까지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 교수도 "판매사가 운용을 어떻게 하는지 보고 견제를 할 수 있게끔 하는 취지는 괜찮은 것 같다"며 "다만 판매사에게 정보 접근권을 어느 정도 허용할 지, 거기에 따라서 판매사에게 책임을 지우는 정도가 중요한 문제"라고 짚었다.

이어 "다시 말해 판매자에게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은 상태에서 판매사에게 책임을 지우는 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판매사가 자산운용회사에서 어떻게 운영하는지에 대한 정보 접근을 최대한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정각 자본시장정책관은 "판매사가 자산운용사로부터 투자 규약 등의 정보를 못 받는다는 문제제기가 있었다"며 "하지만 판매 이후 필요하면 자료를 요구할 수 있고 이런 과정을 통해 투자자들이 궁금해하는 자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구체적인 판매사의 권한과 책임은 추가 의견 수렴을 하고 법령 개정 과정에서 구체화할 계획"이라며 "일정 부분 책임을 강화하는 쪽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개선 방향에 문제의 본질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어 아쉽다는 지적도 나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건 라임인데 사실 오늘 발표된 안은 라임 사태를 어떻게 처리할 지 명확하게 들어있지 않고 포괄적으로만 느껴졌다"며 "부실을 은폐로 보이는 문제, 사실상 부실을 돌려 막은 금융사기적인 이슈가 있는데 그 부분을 처리하는 내용은 없어 문제 본질과 괴리가 있다는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anna224@newsis.com, Juno22@newsis.com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