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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위해 못 쉬어" 방역도 빈부격차…'생계'의 역설
"살기 위해 못 쉬어" 방역도 빈부격차…'생계'의 역설
  • 바른경제
  • 승인 2020.06.0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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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아 기자 = 최근 생계를 위해 일용직·투잡을 뛰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되는 사례가 늘면서 방역에서도 빈부의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권고하는 '아프면 3~4일 쉬기'에도 이들이 일터로 나서는 것은 '생계'라는 절대적 이유 때문이다. 취약계층 근로자가 병가를 낼 경우 연차나 급여에 불익을 받거나 심한 경우 생계가 유지되기 어려운 상황까지 생긴다.

노동계를 비롯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방역 차원에서라도 취약계층 근로자들을 위한 소득보장 정책 등 사회안전망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2일 중앙방역대책본부 코로나19 발생 현황에 따르면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발생한 집단감염에 단기 일용직 등 고용 취약계층이 포함되며 이들에 대한 방역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까지 117명의 확진자를 낸 부천 쿠팡 물류센터는 초발 환자를 비롯해 다수 확진자가 일용직이었다.

특히 물류센터발 감염은 6일 만에 100명을 넘어섰는데, 일각에서는 사업장 내 방역 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보건당국은 "아프면 3~4일 쉬기" 등을 준수해달라 호소했지만, 고용이 불안정하고 수입이 불특정한 이들이 질병으로 일을 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표적 사례로 배송 업계가 꼽힌다. 개별 배송기사들은 물류회사와 계약을 맺고 담당 구역에 배송을 진행하는데, 당일 물량을 소화하지 못할 경우 이를 책임져야 한다.

이수암 마트노조 온라인 지회장은 "배송기사들은 지역적으로 담당이 있어 그날 물량을 무조건 소화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대신 업무를 봐 줄 '용차'라는 걸 써야 하는데 일당이 10만원이면 용차비는 15만~20만원"이라고 했다.

이 지회장은 "내가 아니라 (물류)회사가 용차를 하는 경우 하루도 아니고 건당 15만원까지 받아가는데, 3탕이면 50만원에 달한다"며 "(정부가) 아프면 쉬라고 하지만 의식이 없으면 몰라도 의식이 있는 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집단감염이 발생했던 콜센터 업계는 콜실적과 성과를 연계하는 시스템이 근로자를 옥죄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 구로 콜센터에서 확진된 환자도 기침과 오한 등 증상을 느꼈지만 귀가는 4시간 이후에 이뤄졌다.

최명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정책실장은 "아파서 쉬거나 조퇴를 하게 되면 고스란히 연차와 급여로 이어지는 시스템"이라며 "실시간으로 근로자들이 성과에 대한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아프면 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수많은 사각지대 노동자들이 '아파도 쉬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정작 민원으로 분류되지는 않는 상황이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 박점규 운영위원은 "아파도 쉬지 못한다는 애로는 많지만 이는 자기 수입을 자기가 책임지는 특수 근로자들의 한탄이지, 민원은 극히 일부에 그친다"며 "아파서 쉬면 자기 수입이 끊기는 데 누가 아프니까 쉬게 해달라고 하겠나"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방역 차원에서라도 취약계층의 최저 생계를 보장할 수 있는 '상병수당'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상병수당은 질병으로 인한 소득상실을 건강보험을 통해 보전해주는 제도다. 근로자가 병원에서 3일 휴식이 필요하다는 진단서를 받아올 경우 해당 일자만큼 깎인 소득을 건강보험이 지급해주는 방식이다. 현행 건강보험법 제50조(부가급여)에 명시돼 있지만 시행은 되고 있지 않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상병수당이 없는 몇 안 되는 국가"라며 "취약계층은 아무리 아파도 생계로 인해 일을 하고 이로 인해 건강이 악화되는 데 이 같은 악순환을 끊기 위해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코로나19로 인해 건강권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상병수당 도입은 너무나 절실하고 이미 늦은 상황"이라며 "상병수당을 지금껏 방치해왔다는 반성의 의미에서라도 국회와 정부가 법제도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ummingbird@newsis.com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