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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넘어북한] '밥상 뒤엎은' 북한의 속사정?
[창넘어북한] '밥상 뒤엎은' 북한의 속사정?
  • 바른경제
  • 승인 2020.06.19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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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진 박수성 기자 = 북한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 폭파를 시사한지 3일만인 지난 16일 14시 50분에 실행에 옮겼습니다. 다음 날 북한은 노동신문에 폭파 사진을 싣고 오후에는 조선중앙TV를 통해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국내 언론들은 연일 사태의 원인, 대응, 전망 등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지난 주에 이어 뉴시스 유튜브 채널 에서는 북한의 행동을 변화시킬 가능성은 없는지 고민해 봤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뉴시스 북한 에디터 강영진입니다.
이번 주 창넘어 북한을 어떻게 꾸밀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북한이 우리를 향해 욕을 하고 행패도 부리고 위협도 하는 상황입니다. 모든 신문, 방송들이 북한이 도대체 왜 그러는지, 언제까지 이럴 것인지, 어느 정도까지 그럴 건지,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지를 두고 하루에도 몇 시간씩 진단과 전망과 주장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도 그 중 하나가 돼야 하나 해서 고민스러웠습니다. 길어야 10분도 안되는 짧은 시간에 이런저런 것들을 다 다루기는 불가능합니다. 그렇다고 한창 큰 사건이 진행중인데 모른 척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창넘어 북한은 어쩌면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쉽게 떠올리지 못하는 점을 상기시키는 방식으로 진행해 볼까 합니다.

저는 30년 가까이 북한 문제를 다뤄왔습니다. 덕분에 이번과 같은 일이 벌어지면 주변에서 많은 질문을 받습니다. 가장 먼저 질문하는 사람은 제 처입니다. 제 처는 이번과 같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습관처럼 묻습니다.
“도대체 쟤들은 왜 저러는 거야?”
제 답도 항상 같습니다.
“살려고 그러지.”
보통은 여기서 저와 처 사이의 대화는 더 이어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번처럼 북한이 직접적으로 위협을 가하는 경우 조금 더 문답이 이어집니다.
“그럼 이번엔 포라도 쏘는 거야?”
“에이 그런 일은 쉽지 않아. 걱정 마.”
처는 궁금한 게 더 있는 눈치지만 속시원한 대답이 나오지 않을 걸 느끼는 지 이쯤에서 그칩니다.
그런데 제가 짧게 한 답변에 많은 것들이 포함돼 있다고 저는 느낍니다.

“살려고 그러지”라고 한 답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보겠습니다. ‘살려고 그런다’는 말은 지금 북한이 도무지 살 수가 없는 형편이거나, 살 수는 있지만 조금이라도 더 잘 살고 싶은 욕구가 강한 상황이라는 점을 모두 포함할 수 있습니다. 처와 문답이 좀 더 길게 이어졌다면 제 답변도 두가지 사이에서 이리저리 줄타기를 했을 겁니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니 이번에는 두가지 중 ‘도무지 살기가 어려운 형편일 가능성이 더 크다’는 쪽으로 기울어집니다.

그래서 따져봤습니다. 북한은 만성적인 식량부족 국가입니다. 1990년대 중반부터 매년 40만톤에서 100만톤 정도 식량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알다시피 1990년대 후반 북한은 수십만명이 굶어 죽는 참상을 겪었습니다. 그래서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시절 우리 정부가 북한에 평균 30만톤이 넘는 쌀을 7년 동안 지원했습니다. 우리의 지원도 힘이 됐을 것이고 북한 스스로도 많이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예전처럼 대규모로 굶어 죽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이 북한을 많이 돕고 있습니다. 지난해 중국이 북한에 지원한 식량이 30만톤이라는 설, 80만톤이라는 설이 있을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북한이 어렵지 않은 건 아닙니다. 여전히 북한이 생산하는 식량은 북한 주민 모두가 먹고 살기에 많이 부족합니다.

그런 와중에 2018년 남북 정상회담이 두차례 열리고 분위기가 고조되니까 북한의 기대치도 틀림없이 높아졌을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작년에 식량을 전혀 주지 않았습니다. 작년 초에 5만톤의 식량을 지원하겠다고 북쪽에 제안했지만 오히려 역효과만 났습니다. 자존심 상한 북한이 우리의 제안에 화를 냈고 중국에 다시 손을 벌려 통 큰 지원을 받았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우리를 냉랭하게 대하기 시작했습니다.

반대로 북한이 중국을 대하는 태도는 전에 없이 정중하고 깍듯합니다. 코로나 19 사태와 홍콩사태를 두고 미국과 중국이 신경전을 벌이는 와중에, 북한은 어느 나라보다 먼저 미국을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2018년 판문점과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당시를 모두 기억하실 겁니다. 머지않아 통일이라도 이뤄질 듯한 기대감이 컸습니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 북한도 그랬습니다. 문 대통령이 평양 시민들 앞에서 연설한 역사적인 장면이 잘 보여줍니다. 그런데 작년에 상황이 급변합니다.

2월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북한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핵협상을 통해 제재를 조금이라도 풀면 형편이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모두 물거품이 됐기 때문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에게 식량지원을 기대했다가 결과적으로 외면당했습니다.

우리 사회 일부에선 ‘저놈들 배가 부른 모양이네’하는 식으로 냉소적인 반응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국민들 대부분은 그런 일이 있었는지조차 잘 모릅니다. 당시 우리 정부가 왜 그랬는지는 아직 풀리지 않는 숙제입니다. 미국의 반대를 넘지 못해 그랬다는 추정도 합니다만 미국이 정말 식량 주는 것까지 막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올해 사정은 어떨까요. 알다시피 코로나 19 팬데믹 때문에 북한은 일찌감치 국경을 폐쇄하고 외국과 교역을 전면 차단했습니다. 덕분에 북한은 코로나 19로 인한 피해가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그렇지만 경제난이 한층 가중되는 건 막을 수가 없지요.

북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전세계가 지금 1930년대 대공황보다 휠씬 심하다는 경제난에 시름하고 있지 않습니까? 시간이 지나면서 어쩔 수 없이 조심스럽게 중국과 교역을 재개하는 모양입니다만 여전히 예년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규모입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그런 북한 사정을 살피지 않았습니다. 팬데믹에 대처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그랬을 수 있습니다. 또 시기적으로 총선을 앞두고 있어서 북한을 지원하기가 껄끄러울 수도 있었을 겁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북한을 지원한 것이 결국 핵개발 자금이 되지 않았냐는 비판이 우리 사회에 다수 의견임을 의식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느때보다 다급해진 북한이 이런 걸 이해할 수 있을까요? 이렇게 생각을 끌고 가면서 너무 북한 편을 드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지금 상황을 바라보는 한가지 시각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북한이 하는 행동을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북한이 개성에 있는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시킨 것에 대해 보인 각계 반응 중에 정의당의 논평이 압권입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밥상을 뒤엎으면 이해할 수 있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속시원한 것과는 별개로 이 문제를 좀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다음 주에도 이 문제를 조금 더 다뤄볼까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pzcmaria@newsis.com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