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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비 협상 교착 속 美협상대표 교체…증액 압박 심화되나
방위비 협상 교착 속 美협상대표 교체…증액 압박 심화되나
  • 바른경제
  • 승인 2020.08.04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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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현 기자 = 미국 정부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신임 대표에 직업 외교관 도나 웰턴을 내정하면서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한미간 협상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년 가까이 방위비 협상을 진행했던 제임스 드하트 전 대표에 이어 웰턴이 새롭게 협상단을 이끌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방위비 증액 압박이 심화될 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방위비 협상이 트럼프 대통령의 손으로 넘어간 데다 이미 한미 간 입장이 분명한 상황인 만큼 협상 대표 교체에 따른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4일 일본 교도통신은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일본통'으로 알려진 웰턴이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신임 대표에 내정됐다고 보도했다. 드하트 전 대표는 최근 북극권 조정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미 국무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웰턴은 25년 경력의 외교관이다. 일본, 인도네시아, 아프카니스탄 등에서 근무했으며 일본어에 능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주재 미 대사관에서 정무담당 공사를 지냈고 프린스턴대에서 아시아 예술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일본 예술 담당 큐레이터로 일한 적이 있을 정도로 일본 예술 전문가다.

드하트 전 대표는 9월부터 정은보 방위비분담협상대사와 함께 1년 가까이 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협상을 진행해 왔지만 타결에 이르지 못했다. 현재 미국은 50% 인상된 13억 달러 수준을 요구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13% 인상안이 마지노선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트럼프 행정부가 드하트 전 대표를 사실상 경질하고 협상대표 교체를 통해 새로운 협상판을 모색하려는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향해 '부자 나라'라고 지칭하며 더 많은 기여를 요구해 왔다.

실제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달 29일 협상 대표 교체와 관련한 한국 언론의 질의에 "미국은 한국과 상호 수용가능한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전념하고 있다"며 "우리의 오랜 관점은 한국이 공정한 분담을 위해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고 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특히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한국과 방위비 협상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꺼내며 증액 압박을 심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끊이질 않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주독미군 감축 결정에 대해 "독일이 돈을 내지 않고 있어서 줄이는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방위비 협상과 주한미군 문제는 별개라고 선을 긋고 있다.

방위비 협상이 실무진을 떠나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이 넘어간 만큼 협상 대표 교체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3월 말 한미 협상단은 지난해 분담금(1조389억원)보다 13% 가량 인상하는 잠정 합의안을 이끌어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막판에 거부하면서 협상은 장기 표류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에서 협상 대표 교체와 관련해 특별히 공식 통보를 받은 것은 없다"면서도 "협상 대표가 바뀌더라도 그간 원칙과 상식, 합리적 수준에서 최선을 다했고 우리의 입장이 바뀌지는 않은 만큼 새로운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웰턴 대표가 지일파(知日派)라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이 내년부터 본격화되는 미일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월턴 대표는 내년 3월 만료되는 주일미군 주둔경비 분담 특별협정을 함께 이끌 예정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에 방위비 5배(50억 달러) 증액을 요구할 당시 일본에는 4배(80억 달러) 증액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방위비 협상 타결이 지연되면서 일본과 동시에 협상이 진행될 경우 미국의 증액 압박에 공동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일 관계가 극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오히려 양국의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월턴 대표가 임명된 후 한미 수석대표가 상견계를 계기로 협상에 나설 지 주목된다. 한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 3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7차 협상을 마지막으로 대면 협의 대신 유선과 각국 대사관을 통해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lgh@newsis.com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