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0-09-21 22:00 (월)
바둑여제 스토킹 40대, 혐의 부인…"국민참여재판 하자"
바둑여제 스토킹 40대, 혐의 부인…"국민참여재판 하자"
  • 바른경제
  • 승인 2020.08.14 18:5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민기 기자 = 프로 바둑기사 조혜연 9단을 스토킹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일부 부인하며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기를 원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14일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허경호) 심리로 열린 정모(47)씨의 재물손괴 등 혐의에 대한 1차 공판기일에서 정씨는 재판 막바지에 "한 말씀만 드리고 싶다. 국민참여재판 신청이 안 되는 것이냐"고 재판부에 질문했다.

이에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으로 안 하기로 이미 결정이 났고 시기가 지났다"며 "재판부가 안 하기로 결정했다"고 답했다.

그러자 정씨는 "제가 지난 5월과 6월 둘 다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고, 국민참여재판은 1심에서 수용자가 원하면 의무적으로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고, 재판부는 "성폭력 범죄거나 기타 피고인에게 의심할 사유가 있으면 하지 않을 예외 규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6월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정씨는 국민참여재판으로 받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재판부는 정씨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범행 경위 등에 비춰볼 때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의한 법률 배제 사유가 있다"며 "배제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에 정씨는 "국민참여재판의 실행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판사님의 개인 판단인가"라고 되물었고, 재판부는 "끝까지 (국민참여재판을) 받고 싶으면 즉시 항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피고인은 조씨가 운영하는 바둑아카데미에 찾아가 '난 너를 보고싶다' 등의 글을 건물 벽에 적었고, 건물 안으로 침입해 피해자에게 큰소리를 치고 소란을 피우는 등 위협과 협박을 했다"며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자 피고인은 경찰 조사 후 앙심을 품고 바둑아카데미에 찾아가 피해자에게 '죽여버리겠다' 등의 협박을 했다"고 밝혔다.

이에 정씨 측 변호인은 "일부 재물손괴 혐의는 인정하지만 나머지 혐의들은 전부 부인한다"며 "피고인은 해당 아카데미가 있는 건물 벽에 공소사실에 있는 낙서를 적은 사실 자체가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지난 4월7일과 8일, 22일 등에는 피고인이 바둑아카데미에 찾아간 사실 자체가 없고, 같은 달 9일에는 아카데미에 가기는 했지만 공소사실에 있는 행위를 한 적이 없다"며 "22일에도 자신이 거주하는 여인숙에 가는 길에 바둑아카데미를 지나가며 혼잣말을 한 것이 전부"라고 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피해자 조씨는 "피고인이 바둑아카데미에 수차례 찾아와 낙서를 하고 욕설과 협박 등을 했다는 증거들은 많다"며 "피고인이 바둑아카데미에서 소란을 피울 때마다 페이스북에 날짜와 시간을 기재했고, 증거로 제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이 건물 외벽과 내벽에 낙서하는 것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성인 회원들을 통해 피고인이 건물 벽에 낙서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고, 필체가 항상 똑같아 낙서를 한 사람이 피고인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재판 이후 기자들과 만난 조씨는 "스토커 행각을 범죄로 규정할 수 있는 법안이 없어서 스토커를 스토커라고 부르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법원에서 어떤 결과를 내릴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올 경우 저도 저만의 조치를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이로 인해 공황장애가 오고 스트레스도 심해서 팔등에 갑자기 두드러기가 나기 시작했다"며 "저는 지금도 신변보호를 받고 있고, 항상 위험한 상태라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정씨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조씨가 운영하는 바둑학원 1층 출입문 건물 외벽에 조씨를 비난하는 내용의 낙서를 한 혐의 등을 받는다. 조씨가 경찰에 자신을 신고하자 보복 목적으로 찾아가 협박한 혐의도 있다.

정씨는 지난 4월 여러차례 조씨가 운영하는 바둑학원 안에 들어가거나 건물 밖에서 조씨를 협박하고 소란을 피운 혐의도 받는다. 그는 또 같은 달 조씨가 바둑대회에서 우승했다는 소식을 알리는 기사에 협박성 댓글을 남긴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북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유천열)는 지난 5월 정씨를 구속기소하면서 "현재의 법령으로는 (스토킹은) '경범죄처벌법'만 적용돼 피해자가 신고를 꺼리고 가해자에 대한 적절한 처벌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엄중한 가해차 처벌과 피해자 인권 보장을 중심으로 한 스토킹 범죄 처벌법이 조속히 제정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하기도 했다.

이에 검찰은 정씨에게 협박,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협박 등), 재물손괴, 건조물침입,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minki@newsis.com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