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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속 '미친 사장'은 많을수록 좋다" 유민수 청라 우사미 대표
"코로나19 속 '미친 사장'은 많을수록 좋다" 유민수 청라 우사미 대표
  • 바른경제
  • 승인 2020.09.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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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 기자 = '맛있는 음식을 정말 푸짐하게, 그런데 아주 파격적인 가격에 판매한다'는 의미를 담은 '우리 사장이 미쳤어요'를 축약한 상호로 잘 알려진 곳이 있다. 인천 서구 청라루비로 '우사미' 본점이다.

이 집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창궐 속에서 여타 음식점들과 정반대 행보로 주목받고 있다. 진짜 '우리 사장이 미쳤어요'가 실감이 날 정도다.

'한식 장인'이기도 한 유민수 사장은 지난달 14일 지역 커뮤니티에 글을 하나 올렸다.

"저희 집에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다녀가셨습니다"는 제목의 이 글은 서구 32번째 확진 환자가 8월12일 수요일 오후 12시 30분에 방문해 식사하고 간 사연, 그 확진 환자와 직간접적으로 접촉한 유 사장과 직원 등 3인이 검체 검사를 통해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으나 만일을 대비해 자가격리에 들어간 사실, 식당은 구청 방역을 마친 뒤 영업이 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았다는 점 등을 상세히 전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한 거의 모든 음식점, 카페 등이 기피 시설로 취급될까 우려해 방문 사실을 숨기고, 지방자치단체 역시 영세 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접촉자가 모두 파악될 경우 어느 업소인지를 밝히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유 사장은 오히려 "동네 사람들, 우리 가게에 확진자가 다녀갔습니다!"고 알린 셈이다. 청라4단지 맛집 거리에서는 우사미에 앞서 확진자가 들렀던 음식점이 두 곳이 있었다. 어느 업소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유 사장은 "청라4단지 맛집 거리에 음식점이 100여 곳이나 된다. 만일 확진자가 음식점에 들렀다는 사실만 공개되고 상호가 공개되지 않으면 아무리 방역이 끝나 안전해졌다고 해도 고객이 막연히 두려운 마음에 거리 자체를 찾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래서 다른 가게들에 피해를 주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에 있는 사실 그대로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커뮤니티 반응은 오히려 긍정적이었다. 주민들은 "공개해줘서 고맙습니다" "자가격리 잘하고 오세요" "원래 자주 가던 곳인데 더 많이 가야겠다" "오늘 음식 포장하러 갑니다" "가족들과 가서 먹겠습니다" "이런 집이 잘 돼야 합니다" 등 응원과 격려 글이 200여 개나 달렸다.

주민 호응은 매출 증가로도 이어졌다. 이 집이 이미 '경서동 맛집' '청라 4단지 맛집' 등으로 꼽힌다는 사실이 조명된 덕이다. 특히 2만원 이상 테이크아웃(포장) 고객에게 구매 금액의 절반 이상을 상품권으로 지급하고, '옛날 맛 불고기' '국내산 돼지갈비 양념구이'등 이벤트 메뉴는 2인분을 포장하면 3인분을 더 준다는 사실이 회자하면서 테이크아웃 고객이 급증했다.

유 사장은 "글을 올리면서도 괜한 짓 하는 것 아닌가 싶고, 불안했던 것이 사실이다"면서 "의외의 반응을 보며 자가격리를 하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 그런 고마운 고객들을 위해서라도 맛있는 음식을 정말 푸짐하게, 그런데 아주 파격적인 가격에 영원히 팔자고 다짐했다"고 털어놓았다.

유 사장의 '미친' 행동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최근 '사회적 거리 두기'가 '2.5단계'가 되면서 음식점은 오후 9시부터는 손님을 받을 수 없고, 배달이나 테이크아웃만 된다. 연중무휴 24시간 영업하며 직원을 주간 10명, 야간 3명을 쓰는 우사미는 타격이 정말 클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 처한 대부분 식당이 직원 수를 줄이고 있지만, 유 사장은 다른 발상을 했다.

야간 근무 직원을 주간으로 옮겨 배치한 것도 아니라 이들이 평소처럼 야간에 일하며 주간 근무 직원들의 일손을 돕도록 했다. 밑반찬 만들기, 청소하기 등이다. 직원을 해고하거나 휴직시키지 않으려고 일부러 일거리를 만들어준 셈이다.


게다가 유 사장은 코로나19로 손님이 줄어든 요즘을 평소 꿈을 현실화하는 기회로 여겨 실행에 들어갔다. '직원들을 손님처럼 먹이겠다'는 발상이다.

유 사장은 "일반인들은 음식점 직원들이 잘 먹을 것으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며 "대부분 음식점에서 직원들은 아침에 출근해 점심 손님 맞을 준비를 하다 대충 먼저 점심을 먹게 된다. 점심 시간이 끝난 뒤에는 저녁 손님 맞을 준비를 해야 해서 역시 제대로 밥을 먹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게 늘 마음에 걸렸다. 직원이 잘 먹어야 손님을 위해 더 좋은 음식은 만들고, 더 나은 서비스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기회만 엿보다 손님이 줄어든 요즘이 기회라고 판단해 6월부터 행동에 옮겼다. 이를 위해 조리사를 한 명 더 채용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사미에서는 매일매일 고객에게 판매해도 좋을 수준의 식사가 직원들에게 제공된다.

그뿐만 아니다. 다른 음식점들이 배달에 올인할 때 테이크아웃 판매를 시도해 성과를 내자 유 사장은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나눠주며 격려하기도 했다.

매출 부진으로 주인은 폐업을, 직원들은 해고를 걱정하기 마련인 요식업계에서 보기 드문 광경들인 셈이다.

유 사장은 "코로나19가 언제 종식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모두가 합심하지 않으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직원들을 챙겨야 우리 가게가 더 번창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서 "'우리 사장은 음식에, 손님들에게, 직원들에게 미쳤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ce@newsis.com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