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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관계 돌파구 모색한 박지원…'문재인-스가 선언' 주목(종합)
한일 관계 돌파구 모색한 박지원…'문재인-스가 선언' 주목(종합)
  • 바른경제
  • 승인 2020.11.11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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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선 김태규 기자 = 일본을 방문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에게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전향적인 정상급 선언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추후 논의 과정에 관심이 집중된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산파 역할을 담당한 박 원장을 매개로 '문재인·스가 선언'의 단초가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한일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박 원장이 전날 총리 관저에서 스가 총리를 만나 '김대중·오부치 선언'과 같은 한일 관계의 미래 방향성을 담은 새 정상 선언을 발표할 것을 제안했다고 10일 보도했다. 이른바 '문재인·스가 선언' 발표를 발판삼아 최악의 한일 관계에서 벗어나자는 문 대통령의 구상을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원장은 전날 스가 총리 면담 후 현지 취재진을 만나 "총리께 문 대통령의 간곡한 당부와 한일 관계 정상화 의지를 전달하고 대북 문제 등 좋은 의견을 들었다"며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충분히 말씀 드렸다. 두 정상이 해결 필요성에 공감하기 때문에 계속 대화하면 잘 되리라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DJ·오부치 선언' 이끈 박지원…'문재인·스가 선언' 담판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스가 총리 취임 기념 한일 정상통화에서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한일 정부와 당사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최적의 해법을 찾자"며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냈다.

그로부터 약 일주일만에 박 원장의 일본행이 결정됐다는 점에서 한일 당국 간 강제징용 해법을 중심으로 실마리를 푸는 식의 물밑에서의 사전 조율이 긴밀하게 이뤄졌던 것으로 평가된다. 문 대통령이 스가 총리의 최측근 인사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박 원장을 특사로 활용하려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원장은 2000년 김대중 정부 문화관광부 장관 시절 당시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일본 운수성(한국의 국토교통부) 장관과 한일 교류협력을 추진한 것을 계기로 20년 이상 '호형호제' 하는 막역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박 원장은 1998년 10월 김대중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해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총리와 함께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발표했을 때도 막후에서 물꼬를 트는 역할을 맡았다.

박 원장은 당시 청와대 실세 공보수석으로 니카이 운수성 차관을 만나 협상 조건을 물밑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부치 총리의 식민지배 사과라는 대승적 결단을 토대로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한일 교류협력을 대폭 확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상 간 선언을 이끌어 냈다.

이후 박 원장과 니카이 자민당 간사장은 각각 문화부 장관과 운수성 장관으로 자리를 옮겨 한일 당국 최전선에서 본격적인 교류협력 사업을 추진했다. 박 원장은 당시 일본 문화 개방에 저항적이던 국내 분위기 속에서도 일본 영화·음악 수입을, 니카이 간사장은 한일 항공노선 개발로 인적 교류에 힘썼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지원 "한일 관계 정상화 의지 전달…잘 되리라 본다"
박 원장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뒤를 이어 니카이 간사장 측근인 스가 총리 체제가 출범하자 문 대통령에게 한일 관계 개선의 절호의 기회로 판단하고 적극적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스가 선언' 추진 구상도 이 자리에서 전달됐고, 문 대통령도 힘을 실어준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스가 총리가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새 해법 제시를 한일 관계 개선의 선결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어 구체적인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마이니치는 '문재인·스가 선언' 구상과 관련해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선언에 따라 한일 간 현안이 해결된다는 보장이 없고, 현실적이지도 않다"는 반응을 보도했다.

여당에서는 지난해 제시됐던 '문희상 안(案)'이 논의 출발선으로 적합하다고 보는 기류가 강하다. 문희상안은 한일 양국 기업과 국민(1+1+α)이 자발적으로 낸 성금으로 재단을 설립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위자료 또는 위로금을 지급하는 일종의 절충안이다. 일본 역시 아베 총리 체제에서 거절했었던 문희상 안을 최근 들어 우호적인 반응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문희상 안'에는 문 대통령이 내세우고 있는 '피해자 중심주의'가 배제돼 있어 제2의 '12·28 위안부 합의'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이 있어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신일본제철 등 가해 기업이 대법원 판결 대로 배상에 응하면 추후 한국 정부가 보전해주는 방안이 새로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명분을, 일본 정부는 실리를 찾는 이른바 '윈-윈' 전략이다. 스가 총리가 최종적으로 수용할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으로 보인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20년 전 김대중·오부치 선언도 '대(大) 를 위한 소(小) 의 희생'이라는 한일 정상 간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문 대통령과 스가 총리의 정치적 결단이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박지원, 스가에 '징용 봉합' 정치적 결단 제안 가능성

아베 총리의 잔여 임기를 물려받은 스가 총리가 내년 7월 도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함께 조 바이든 차기 미국 대통령 체제에서의 미일 관계 구축이라는 2가지 최우선 과제를 갖고 있다는 정치적 입장을 잘 활용하면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문 대통령은 스가 총리에게 도쿄올림픽 개최에 적극 협력을 전제로 한일 간 강제동원 문제를 임시 봉합하는 카드를 제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인권을 중시하는 바이든 대통령이 향후 북핵문제 해결 과정에서 일본이 관심있어 하는 납북자 문제에 적극적일 수 있도록 문 대통령이 협력하는 조건이 더해지면 스가 총리도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2년 전 평창동계올림픽 때처럼 내년 7월 도쿄올림픽에 북한 참여를 계기로 남북미일 4개국을 중심으로 한 평화 프로세스가 재가동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

문 대통령은 전날 노태강 주스위스 대사에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좋은 인연 잘 살려서 도쿄올림픽 남북 동반입장, 2032년 남북 올림픽 공동개최 등을 잘 협의하여 올림픽이 세계평화의 대재전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되길 노력해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노 대사는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으로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북한 선수단 참여를 실무적으로 다룬 바 있다. IOC 본부가 있는 스위스 제네바로 부임하는 노 대사에게 내년 7월 도쿄올림픽에서의 주요 역할을 해줄 것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스가 총리 역시 박 원장의 일본 방문 이틀 전인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도쿄올림픽 방문 추진 아이디어를 전제로 한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우호적인 평가를 내놓은 바 있다.

일본 사정에 밝은 여권 관계자는 "정치인 출신 박지원 원장이 일본의 인맥을 활용해 양측이 수긍할 만한 정치적 해법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움직였을 것"이라며 "일단 스가 총리와의 만남까지 성사된 것으로 봐서는 정부가 마련한 방안을 설득하는 과정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귀국한 박지원 "文대통령께 결과 보고…靑 진전 이끌길 기대"
3박4일 간 일본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박 원장은 이날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방일 성과에 대해 짧게 언급했다.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미일 정상회담 추진 구상 등 언론에 소개된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박 원장은 "일본에 가서 스가 총리 등 (일본) 정부 관계자들, 니카이 간사장 등 정치 지도자들, 우리 정보 협력 수장들과 충분한 의견 교환을 했다"며 "한일 두 정상이 한일 관계 정상화를 위해서 노력하고,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느꼈고 말씀도 드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제가 스가 총리께 드린 말씀의 내용은 답변할 수 없다"며 "문 대통령께 보고를 드려, 청와대에서 (주도해) 앞으로 적절한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미국 중심의 외교안보 특보 및 전문가 그룹을 초청해 미국 대선 이후 급변할 정세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조언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2018년 4·27 판문점 제1차 남북정상회담, 9·19 평양 제2차 남북정상회담 등 한반도 정세의 중요한 국면을 앞두고 통일외교안보 분아 원로·전문가 그룹을 초청해 조언을 들은 바 있다.

오찬을 겸해 열린 이날 간담회에는 정의용·임종석 외교안보 특보, 안호영·조윤제 전 주미대사, 장달중·하영선 서울대 명예교수 등이 참석했다. 모두 대미(對美) 외교에 경험이 많은 전문가들이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 등 한미 현안 중심으로 이뤄진 참석자들의 정책 방향성에 대한 조언을 들은 뒤 "이러한 정부 정책을 추진해 나가기 위해서는 초당적이고 범국민적인 차원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참석자들에게 한일 관계 개선의 어려움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체제에서의 강조될 한미일 3각 공조체제 압력에 대비해야 한다는 전문가 조언에 한일 관계가 걸림돌이라는 취지의 우려의 뜻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mania@newsis.com, kyustar@newsis.com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