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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코세페 둘러싼 논란은 유통·납품사 협상력 격차 탓"
KDI "코세페 둘러싼 논란은 유통·납품사 협상력 격차 탓"
  • 바른경제
  • 승인 2021.03.03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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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용성 기자 = 유통기업이 특약매입 거래 방식을 늘릴수록 납품업체의 매출은 줄어들고, 결과적으로는 소비자들의 할인 혜택도 사라지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백화점 등에서 주로 나타나는 특약매입 거래는 유통기업이 납품업체에 높은 판매수수료율을 매길 수도 있고 재고 처리 부담을 넘길 수도 있어서다.

특히 계약기간 도중에 일방적으로 수수료율을 올리는 불공정행위도 특약매입 거래에서 가장 많았던 것으로도 나타났다. 매년 코리아세일페스타(코세페)에서 소비자나 참여기업 모두 불만을 터트리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도 이런 구조가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일 'KDI 포커스: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계약유형 선택과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특약매입으로 납품하는 비중이 증가할 때 납품업체의 매출액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며 "판매수수료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데다 불이익 제공 행위가 빈발한 것이 영향을 미쳤고, 더 밑바탕에는 유통·납품업체 간 협상력 격차가 자리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유통거래에는 직매입, 위수탁, 매장임대차, 특약매입 등 4가지 유형이 있다. 직매입은 유통업체가 납품업체의 물건을 구매한 뒤 이윤을 얹어 소비자에게 되파는 방식이다. 유통업체가 상품 소유권을 갖게 되기 때문에 판매활동은 물론 재고 처리까지 하게 된다. 편의점 등에서 주로 쓰이는 방식이다.

위수탁은 납품업자의 물건을 사지 않고 대신 판매활동만 하는 것이다. 이 대가로 판매액의 일정 부분을 가져가고 나머지를 납품업체에게 지급하는 방식이다. 상품 소유권도 여전히 납품업자가 갖고 있어 재고 처리는 납품업자의 몫이다. 홈쇼핑이 대표적이다.

매장임대차는 백화점이나 아웃렛에서 주로 쓰는 방식이다. 납품업체가 백화점에 입점해 직접 판매활동을 하고 백화점은 소비자 집객이나 매장 대여 등의 대가로 납품업체에게 임대료를 받는다.

특약매입은 혼합형이다. 유통업체가 상품을 외상으로 매입한 뒤 판매액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떼고 대금을 지급한다. 서류상 매입절차가 존재하지만, 유통업체는 팔리지 않은 물건을 납품업체에 반품할 수가 있다. 판매활동도 납품업체가 수행한다.

납품업체 입장에선 직매입이, 유통업체가 입장에선 특약매입이 유리하다. 팔리지 않은 재고 부담을 서로에게 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진국 KDI 연구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유통업체와 납품업체간의 협상력, 즉 갑을관계에 따라 직매입 비중이 달라졌다. 대규모 유통업체와 거래하는 납품업체 1000곳을 면접 설문조사한 결과다.

납품업체 입장에서 거래하는 유통기업 수가 1% 증가할 때마다 직매입 납품 비중에 미치는 영향은 0.04%포인트(p)씩 상승했다. 반대로 유통업체가 갑일 때는 직매입 비중이 낮아졌다. 예를 들어 양측의 마진율, 판매수수료율, 임대료 수준 등이 유통업체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 직매입 비중은 15.7%p나 감소했다.

거래유형에 따라 납품업체의 주력 상품 매출액도 영향을 받았다. 유독 특약매입에서만 매출 감소 효과가 뚜렷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특약매입 비중이 1%p 올라가면 주력 상품 매출액은 2억6000만원씩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매출액 평균의 1.78%에 달했다.

보고서는 특약매입 유형에서 불공정거래행위도 더 빈번하게 발생했다고 밝혔다. 1998~2020년 공정거래위원회의 유통업 분야 사건을 보면 특약매입 형태에서의 불공정거래행위 빈도가 다른 거래유형의 2~3.5배에 달했다. 주로 계약 기간 중 갑자기 납품가격을 낮추거나 판매수수료율을 높이는 사건들이었다. 일방적으로 거래를 중단하는 경우도 많았다.

보고서는 "거래유형이 현재의 구조를 이어가는 한 코세페에서 들리는 소비자의 아쉬움과 참여 업체의 고충은 내년에도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유통업 분야의 직매입 비중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방식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위원은 "거래선 다변화와 납품대금 조정협의권 강화 등으로 납품업체의 협상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대등한 협상력은 직매입 확대와 유통 거래 공정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보고서는 코세페 활성화를 위해서는 행사 기간을 단축하고 정부 부처별로 산발적으로 진행되는 쇼핑 축제들을 통합해 행사 집약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보고서는 "지방자치단체와 협조해 행사 기간 동안만이라도 대규모 점포의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을 포함한 여러 규제들을 걷어내 '규제 프리(free) 쇼핑기간'으로 설정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up@newsis.com

 

[세종=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