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04-23 15:05 (금)
[코로나vs백신]<10>잦은 접종지침 변경에 우왕좌왕…속도보단 안전 먼저
[코로나vs백신]<10>잦은 접종지침 변경에 우왕좌왕…속도보단 안전 먼저
  • 바른경제
  • 승인 2021.03.26 00:0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변해정 기자 = 이달 초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권영진 대구시장과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먼저 접종하겠다고 나섰다가 돌연 취소했다.

방역 당국이 현장 대응요원만 코로나19 백신 우선접종 대상이라고 못 박았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은 당초 119구급대원·검역관·역학조사관 등 코로나19 1차 대응요원을 대상으로 우선 접종하는 과정에서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 본부장인 지방자치단체장을 비롯한 본부 직원들을 끼워넣었다. 접종 대상자 시스템 등록 시한까지 적시한 공문(지침)까지 보내며 접종을 독촉했다. 서 권한대행의 경우 시 차원에서 본부장으로 1차 대응요원에는 해당되지만 현장 업무는 하지 않는다며 재차 문의를 넣었고 '접종 대상에 해당한다'는 답변까지 받고서야 접종 일정을 확정했다.

그러나 닷새 만에 이 지침을 뒤집었다. 본부장을 포함한 비현장 업무 수행자는 1차 대응요원에서 뺀 것인데, 지자체장들이 접종 일정을 공개한 뒤 특혜 시비가 일어난 탓이다.

지침을 바꾼 건 이뿐 아니다. 행정안전부는 최근 지자체에 배포한 백신 접종 동의서의 문구를 수정해 지침을 다시 안내했다.

방역당국은 75세 이상 주민 중 예방접종센터 내원 접종 제외 대상으로 외출·이동이 곤란할 정도로 거동이 불편하거나 이동 시 기저질환 악화가 우려되는 경우 두 가지로 정했다.그러나 행안부가 '거동이 불편하거나 심각한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을 제외 대상이라고 자의적으로 해석해 안내한 것이다.

'외부 이동 시 기저질환이 악화할 수 있는 경우'가 '심각한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로 바뀐 것인데, 이는 "기저 질환이 있을수록 백신을 더 맞아야 한다"는 방역당국의 원칙에 역행한다. 일부 지자체는 잘못 안내된 지침에 따라 당장 4월부터 접종해야 할 75세 이상 고령층을 접종 대상에서 배제하는 일이 벌어졌고 현재 수습 중이다.

이보다 앞서 지자체에 예방접종센터 설치 후보지를 물색해 제출할 것을 요청해놓곤 정작 중요한 후보지 기준 지침을 뒤늦게 전달해 비난을 샀다. 가뜩이나 방역과 접종 준비 업무로 바쁜 와중에 일거리만 늘려 폐를 끼친 셈이나 진배 없다.

지금으로선 백신 공급 일정에 따라 그때그때 접종계획을 세운 뒤 그에 맞는 지침을 현장에 내려보내야 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촉박한 일정 속에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전 국민의 70% 백신 접종을 진행해야 하는 만큼 상황에 신속·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의적인 잣대나 여론에 등떠밀려 원칙 없이 지침을 바꾸는 것은 현장 업무의 혼란을 부추기고 국민들의 불안감만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의 관계자는 "백신 접종이라는 민감한 사항에 대한 정부의 대응 수준이 아마추어티를 벗지 못한 것"이라며 "원칙 없는 지침으론 국민 불안과 혼선을 덜 수 없다"고 말했다.

천안시의 팀장급 관계자는 "K-방역에 대한 국내외의 긍정 평가를 높이 산다"면서도 "무리하게 접종을 서두르기보다는 중앙·지방정부 간 혼선을 줄여가며 안전한 접종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jpyun@newsis.com

 

[세종=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