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08-25 02:15 (일)
[초점]방탄소년단 스타디움 투어, 한국에는 장소가 없다
[초점]방탄소년단 스타디움 투어, 한국에는 장소가 없다
  • 바른경제
  • 승인 2019.06.02 16:3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재훈 기자 =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글로벌 그룹으로 도약한 ‘방탄소년단’(BTS) 콘서트 개최지의 변화를 보며 떠올린 말이다.

2013년 데뷔한 방탄소년단은 2014년 10월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첫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최대 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의 공연장이다. 당시 사흘간 6000명이 몰렸다.

이후 방탄소년단은 차근차근 체급을 키웠다. 올림픽공원 올림픽홀(3000석),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5000석), 체조경기장(1만석), 고척돔(2만석)으로 점점 덩치가 커졌다.

마침내 지난해 8월 한국 가요계의 상징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 주경기장 무대에 섰다. 2017년 9월 서태지 데뷔 25주년 기념 공연에서 게스트로 이 무대를 밟았는데, 1년 만에 자신들의 이름을 내걸고 ‘꿈의 무대’에 입성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작년 10월에는 미국 뉴욕 시티필드에서 월드투어 '러브 유어셀프' 북아메리카 투어 피날레를 장식했다.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스타디움 공연을 성료하며 K팝의 새 역사를 썼다.

이후 방탄소년단은 명실상부 K팝 가수 중 유일한 스타디움 투어 뮤지션이 됐다.

5만명 안팎을 불러들일 수 있는 공연장인 스타디움을 순회하는 스타디움 월드투어는 최정상급 팝스타가 아니면 시도하기 힘들다. 스타디움 투어가 가능한 뮤지션으로는 영국 밴드 '비틀스' 출신 폴 매카트니, 브릿팝 밴드 '콜드플레이', 미국 팝스타 비욘세와 레이디 가가 등이다.

방탄소년단이 진행 중인 스타디움 월드 투어 ‘러브 유어셀프 : 스피크 유어셀프’로 세계적인 뮤지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8개 도시에서 16회 공연이 예정된 이번 투어는 지난달 4~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로즈볼 스타디움에서 출발했다. 11~12일 시카고 솔저 필드, 18~19일 뉴저지 메트라이프 스타디움, 25~26일 브라질 상파울루 알리안츠 파르크까지 총 42만명을 끌어모았다.

그리고 1일 영국 팝음악의 상징 런던 웸블리에서 6만명을 채웠다. 2일 이곳에서 한차례 더 공연하니 총 12만명이 운집하게 된다. 티켓은 예매 오픈 즉시 동이 났다. 최대 9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인데 방탄소년단은 무대 배치, 안전 등을 고려했다.

앞서 비틀스, 마이클 잭슨, 오아시스, 비욘세, 에미넘, 에드 시런 등 팝스타들이 이곳에서 공연했다. 이달만 해도 빅토리아 베컴을 제외하고 4인으로 최근 재결성한 영국 슈퍼 걸그룹 ‘스파이스걸스’, ‘피아노맨’으로 유명한 팝스타 빌리 조엘 등의 공연이 예정됐다.

과거 오아시스의 유일한 라이브 앨범이자 명반으로 통하는 '퍼밀리어 투 밀리언스(Familiar to Millions)'는 하루 7만여명씩 2000년 7월 21, 22일 이틀 동안 14만5000명을 불러들인 웸블리 공연 실황을 담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 공연한 오아시스 출신 노엘 갤러거는 방탄소년단을 모른다고 했다가, 이 팀이 웸블리에서 한국어로 공연한다고 하자 "한국의 보이밴드가 영국사람들 앞에서 한국어로 노래를 부른다니 믿을 수 없다. 와우"라며 놀라워했다.

방탄소년단은 갤러거가 실제 관람했다면 놀랐을 정도로 스타디움 투어 콘서트의 '끝판왕'을 보여줬다. 대규모 특수효과는 물론 깔끔한 사운드 처리, 자연스런 레퍼토리 구성 등 흠을 찾기 힘들었다. 세계적인 콘서트 기획사 라이브 네이션 글로벌과 손잡은 덕에 운영적인 측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최근 미국 빌보드는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방시혁 대표와 함께 라이브 네이션 유럽 존 레이드 대표 등을 '인터내셔널 파워 플레이어'로 꼽았다. 2014년부터 빌보드가 매해 세계 음악시장을 이끄는 리더를 선정해 공개하는 권위 있는 리스트다.

차츰 공연장의 규모가 커졌고, 세계 팝 신에서도 꿈의 무대로 손꼽히는 웸블리 스타디움에 올랐지만 방탄소년단은 멈추지 않았다. 멤버 진(27)은 웸블리 스타디움 콘서트를 앞둔 기자회견에서 “관객 수가 제한이 돼 있는데 제안하지 않고 많은 분들을 모아놓고 공연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네이버 브이라이브 플러스(VLIVE+)가 한국시간으로 2일 새벽 3시30분 실황 중계를 했다. 유료임에도 동시접속자수가 14만명을 돌파했으니 진의 마음도 이해가 된다.

방탄소년단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과 맞물려 한국에서도 K팝 전용 공연장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K팝이 세계적으로 활황인데, 국내에는 아직까지 이렇다할 K팝 전문 아레나가 없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K팝 콘서트는 가수가 인기를 확인하는 증명 무대로 통하는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1만여석)을 비롯, 고척 스카이돔(2만여석), 상암 월드컵경기장(4만여석), 잠실 올림픽주경기장(4만5000여석) 등에서 주로 열린다.

하지만 콘서트를 주목적으로 하는 공간이 아니다보니 무대 설치 등 연출, 대관 등에 어려움이 항상 따랐다. 게다가 올림픽주경기장이 올해 10월 ‘제100회 전국체육대회’를 앞두고 보수공사에 들어가면서 콘서트계의 고민이 더 깊어지고 있다.

이 중 체조경기장이 리노베이션을 통해 ‘KSPO 돔'이라는 이름의 복합공연장으로의 전환하면서 그나마 숨통이 텄다. 그러나 시야 제한석 개방 등을 통해 최대 1만5000석을 수용할 수 있을 뿐, 요즘 급성장하고 있는 K팝 아이돌 공연의 관객을 수용하기에는 규모가 작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K팝 아레나 설립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국내 최초의 K팝 전문 공연장인 '서울아레나' 건립을 본격화했다. 1만8000석 규모로 2020년 9월 착공, 2024년 1월 개장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가요계 관계자는 “방탄소년단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은 K팝의 음악사적 상징으로 K팝 전문 공연장에 대한 화두도 던졌다”면서 “방탄소년단이 빈약한 K팝의 구조를 바꾸는데 일조하는 것”이라고 뵜다.

방탄소년단은 웸블리 스타디움 이후에도 투어를 이어간다. 7~8일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 7월 6~7일 일본 오사카 얀마 스타디움 나가이, 13~14일 시즈오카 스타디움 에코파 등이 예정됐다.
realpaper7@newsis.com

 

【런던=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