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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투'에…가계 주식투자·대출 사상최대(종합)
'빚투'에…가계 주식투자·대출 사상최대(종합)
  • 바른경제
  • 승인 2021.04.08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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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난영 기자 = 지난해 가계가 주식 투자를 위해 굴린 돈이 80조를 넘어서는 등 사상 최대 규모를 갈아치웠다. 가계가 금융기관 등에서 빌린 돈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자금순환(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여윳돈을 나타내는 순자금운용액은 83조5000억원으로 전년(64조2000억원)보다 19조3000억원(30%) 늘었다. 순자금운용 규모가 늘었다는건 예금이나 보험, 주식, 펀드 투자 등으로 굴린 돈(자금운용액)이 차입금 등 빌린 돈(자금조달액)보다 더 많아졌다는 의미다. 조달액이 운용액보다 많으면 순자금조달액으로 기록된다.

지난해 가계의 순자금운용 규모가 크게 증가한 것은 코로나19로 인해 대면서비스를 중심으로 소비가 감소한 가운데 정부의 추경 집행으로 가계 이전소득이 늘어나 가계의 여윳돈이 증가한 영향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가계처분가능소득은 월평균 425만7000원으로 전년동기(408만2000원)보다 17만5000원(4.3%) 증가했으나 민간최종소비지출은 931조7000억원에서 894조1000억원으로 37조6000억원(4%) 감소했다.

가계는 주식투자 등으로 자금을 굴렸다. 가계의 자금운용 규모는 192조1000억원으로 전년(92조2000억원)보다 두배 넘게(108.4%) 급증했다. 자금 운용 부문을 나눠보면 가계의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 규모는 76조7000억원으로 전년(-3조8000억원)보다 80조5000억원 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계는 지난해 국내외 주식에 83조3000억원의 자금을 굴렸다. 지난해 연중 거주자 발행 주식 및 출자지분(국내주식) 63조2000억원과, 해외주식 20조1000억원을 취득했다. 이는 종전 최대 기록인 2018년 21조8000억원(국내주식), 2019년 2조1000억원(해외주식)을 모두 넘어선 것이다. 가계의 결제성 예금도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인 42조4000억원 늘어 2009년 통계편제 이후 최대치로 뛰어올랐다.

이에 따라 전체 가계 금융자산 내 주식 및 투자펀드 비중은 2019년 18.1%에서 지난해 21.8%로 3.7%포인트 늘었다. 주식만 놓고 보면 15.3%에서 19.4%로 4.1%포인트 증가했다. 이 중 국내주식이 18.5%, 해외주식이 0.9%였다.

가계의 자금 조달 규모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가계 및 비영리단체 자금조달 규모는 173조5000억원으로 전년(89조2000억원)의 2배에 가까운 84조3000억원(94.5%) 증가했다. 이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171조7000억원이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으로 이 역시 사상 최대치다.

지난해 가계는 사상 최대 규모의 돈을 금융권에서 빌려 주식 등에 투자를 했다. 내 집 마련과 주식 투자 등을 위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빚투(빚내 투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가계의 금융기관 차입과 주식투자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며 "가계의 대출 등 자금조달 규모가 크게 확대된 가운데 결제성 예금 등 단기성 자금이 누적되고 주식 투자자금, 부동산 등으로 자금이 흘러갔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비금융 법인기업의 경우 순조달 규모가 88조3000억원으로 전년동기(61조1000억원)보다 확대됐다. 전기전자 업종 중심으로 영업이익은 개선됐으나 단기 운전자금 및 장기 시설자금 수요가 확대된데 따른 것이다. 기업은 자금 운용액보다 자금 조달액이 많아 순자금 운용액이 마이너스인 '순자금 조달' 상태가 일반적이다.

재정지출을 늘린 정부의 여윳돈은 쪼그라들었다. 정부는 2019년 29조5000억원의 순운용 상태에서 지난해 27조1000억원의 순조달로 돌아섰다. 정부가 순조달을 기록한 것은 금융위기가 있던 2009년 15조원으로 순조달을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재난지원금 지급 등으로 인한 이전 지출이 333조4000억원(지난해 1~11월)으로 전년 같은기간(291조8000억원)에 비해 크게 늘어 정부 자금 상태가 순운용에서 순조달로 전환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가계의 금융자산에서 금융부채를 뺀 순금융자산은 2488조4000억원으로 전년보다 386조원 늘었다. 가계의 금융자산/금융부채 배율은 2.21배로 2017년 2분기(2.19배) 이후 가장 높았다. 가계뿐 아니라 기업과 정부 등을 포함한 국내 순금융자산은 3474조4000억원으로 전년대비 555조4000억원 늘었다.

지난해 말 현재 총금융자산은 2경764조9000억원으로 집계돼 사상 처음으로 2경을 돌파했다. 이는 전년말대비 2163조8000억원(11.6%) 증가한 수치다. 총금융자산은 자금순환 통계에 나타나는 모든 경제부문이 보유한 금융자산의 합계로 국내는 물론 국외(비거주자)의 자산까지 포함한다. 이 가운데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의 비중이 전년대비 2%포인트 상승했고, 채권 비중은 0.7%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배율(2.21배)은 주식가격 상승 등으로 전년말(2.12배)보다 상승했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정부의 조달 규모가 더 커진 것은 경제 규모 성장에 따른 영향이 크다"며 "전년대비 총금융자산 증가율도 11.6%로 두자릿수로 나타나 예년 한자릿수에 비해 가파른 것은 주식가격 상승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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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