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09-22 06:10 (수)
[군사대로]윤석열이 언급한 中장거리 레이더는 진짜일까
[군사대로]윤석열이 언급한 中장거리 레이더는 진짜일까
  • 바른경제
  • 승인 2021.08.01 09: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대로 기자 = 야권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언이 최근 파문을 일으켰다. 윤 전 총장은 지난 15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사드 체계 배치에 대해 "명백히 우리 주권적 영역"이라며 "(중국이) 사드 배치 철회를 주장하려면 자국 국경 인근에 배치한 장거리 레이더를 먼저 철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중국이 발끈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는 다음날인 16일 중앙일보 기고문에서 "(사드는) 중국의 안보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했고 중국 인민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윤 전 총장이) 인터뷰에선 중국 레이더를 언급했는데, 이 발언을 이해할 수 없다. 한국 친구에게서 중국 레이더가 한국에 위협이 된다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싱하이밍 대사가 말한 한국 친구는 누구인지, 윤 전 총장의 발언이 '사드는 북핵 대응 용도'라는 우리 정부 방침과 어긋나는지, 중국이 싱하이밍 대사를 앞세워 한국 대선에 개입하려는 것인지 등 의문점에 앞서 윤 전 총장 발언이 사실인지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중국이 장거리 레이더를 한국 쪽으로 배치한 것은 사실이다. 중국은 한반도 내 주한미군 사드 레이더가 자국을 위협한다고 주장하면서도 동시에 한반도 인접 지역에서 사드 엑스밴드 레이더에 필적하는 초대형 레이더를 수년째 운용해왔다.

중국 헤이룽장성 솽야산 항공우주관측제어소 부근에서 지상 대형 전략경보 위상배열 레이더 사진이 2016년 공개됐었다.

이 레이더는 러시아의 시베리아에 있는 미사일 기지에서 발사된 대륙 간 탄도미사일과 북극궤도로 발사되는 미국의 대륙 간 탄도미사일을 조기에 탐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반도와 일본은 물론 미국의 알래스카 전체도 이 레이더 탐지범위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이 초대형 레이더가 서울 한복판 골프공 크기까지 탐지해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중국이 이 레이더로 세계 최강 스텔스 전투기인 미국의 F-22 랩터를 포착해 전투기를 발진시켰다는 관측도 나왔다.

영국 군사전문지 IHS 제인스디펜스위클리(JDW) 등에 따르면 이 레이더는 헤이룽장성 외에 신장 위구르 자치구 쿠얼러시, 푸젠성 후이안, 저장성 룽강진 등에도 설치돼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운용 중인 JY-26 레이더도 성능이 뛰어나다.

중국 뉴스포털 시나닷컴은 2013년 3월 F-22 랩터가 한국 오산 공군 기지에 도착했을 때 산둥성에 배치된 JY-26 레이더가 이를 포착해 감시했다고 2014년 보도했다.

2014년 처음 공개된 JY-26 레이더는 극초단파(UHF)를 이용해 스텔스 기능을 탐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으며 탐지거리는 500㎞로 알려졌다.

JY-26은 F-22, B-2 폭격기 등 스텔스 기능을 가진 미국 전투기를 포착하기 위해 제작됐다. JY-26은 탐지 정밀도가 뛰어나 원거리 대공 경계·유도 임무를 맡을 수 있다. 자료 전송률이 높고 전송 속도가 빠른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중국은 대함 탄도미사일을 유도하기 위한 레이더까지 갖췄다. 우정민 한국외대 박사는 '한반도 군사적 현안에 관한 미중관계 고찰: 북핵, 사드, 한미동맹의 환경 하에서' 논문에서 "중국도 사실상 동북3성을 관할권으로 대함 탄도미사일(ASBM) 둥펑-21C를 유도하는 레이더 시스템을 이미 실전배치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장거리 레이더뿐만 아니라 사드 요격 미사일과 유사한 무기체계까지 이미 갖춰놓고 있다.

중국은 2015년 30억 달러(당시 약 3조3000억원)를 들여 S-400 미사일을 러시아로부터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러시아판 사드로 불리는 S-400은 최대 사거리 400㎞ 중장거리 지대공 미사일로 2007년부터 러시아군에 실전 배치됐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S-400을 SA-21 그라울러(Growler)로 부른다.

S-400의 전작인 S-300 시리즈는 러시아판 패트리어트로 불렸다. S-400은 탐지거리와 사정거리, 요격고도 등 전반적인 성능이 크게 향상돼 러시아판 사드로 불린다.

S-400은 적 항공기는 물론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 무인 정찰기, 스텔스 전투기에 대한 요격 능력을 갖춰 현존 최강의 지대공 미사일로 평가된다.

S-400 포대는 최대 700㎞에 범위 안에서 300개 이상 표적을 동시에 탐지할 수 있으며 400㎞ 거리에서부터 단계적으로 교전을 시작한다. 1개 포대만 있어도 적 2개 전투기 대대를 상대할 수 있다는 평도 있다.

일각에서는 S-400이 30㎞ 이하 저고도로 비행하는 순항 미사일과 전술탄도미사일은 물론 미국의 B-2 폭격기, F-35 전투기 등 스텔스기까지 탐지해 요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S-400 포대를 산둥성과 푸젠성, 하이난다오 등에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산둥성에 배치된 S-400의 용도는 서해를 내해화하고 주한미군과 한국을 압박하려는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결론적으로 윤 전 총장의 발언 중 일부는 사실과 부합한다.

윤 전 총장 말대로 중국이 장거리 레이더 등 장비를 한반도 인근에 배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과 전략 경쟁 중인 중국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남중국해, 동중국해 등 여러 영역에서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전력을 증강하고 있다. 중국은 레이더뿐만 아니라 육해공을 막론하고 미군 전력을 따라잡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 중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중국은 미국의 동맹인 한국을 적어도 군사 측면에서는 적대관계로 여길 수밖에 없다. 경제나 외교 측면에서 한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이 사드 배치 같은 한미동맹 전력 증강에는 유독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윤 전 총장이 사드를 언급하면서 중국 레이더를 다룬 것은 이 같은 한미일-북중러 대치 상태인 동북아 외교안보 정세에 대한 솔직하면서도 다소 과감한 평가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윤 전 총장이 주한미군 사드 철수와 중국 레이더 철수를 거래 대상으로 여길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부분은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사드를 둘러싼 미중 간 충돌은 이미 철 지난 이야기다. 미중 간 갈등은 사드를 둘러싼 신경전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당장 미군 군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하며 중국에 무력 시위를 벌이는 실정이다. 한국으로서는 자칫 미국과 중국이 전면전을 벌여 미국의 동맹국 자격으로 전쟁에 끌려들어갈까봐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주한미군 사드는 이미 배치 수준을 넘어섰다. 지난해에 이미 경북 성주군 사드 체계와 전국 각지에 있는 패트리어트 대공방어체계 간 연동이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드 레이더로 북한 등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감지하고 이를 패트리어트 체계로 전송할 수 있게 됐다. 한국과 주한미군 기지를 향해 탄도미사일이 날아들 경우 사드 요격미사일뿐만 아니라 패트리어트 요격미사일까지 한꺼번에 쏠 수 있게 된 셈이다.

게다가 미군은 합동전영역지휘통제(JADC2) 사업을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에 있는 미군 기지와 각 기지에 있는 각종 무기를 통합 운용하는 방안을 현실화하고 있다. 이 사업이 완료되면 주한미군과 주일미군 등에 있는 미사일 등 무기를 미국 본토에서 조작해 발사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중국도 이를 알고 있다. 사드 기지를 비롯해 주한미군 기지들에서 성능 개량 명목의 무기 배치와 최신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중국은 이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중국 견제가 본격적이고 전방위적임을 알고 있다. 각개격파식으로 하나씩 비난한다고 해서 미국의 전력 증강이 멈춰지는 것이 아님을 중국은 이미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윤 전 총장이 사드를 빼려면 중국 장거리 레이더를 철수하라고 발언한 것은 어폐가 있다. 사드가 아니라 사드보다 더한 것을 철수하더라도 중국은 미국 동향을 살피기 위해 장거리 레이더를 철거할 수 없는 처지다.

아울러 윤 전 총장의 발언은 외교적인 측면에서 파장을 일으켰다.

윤 전 총장은 김치와 한복 등을 둘러싼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 코로나19 기원 논란 등에 따른 반중 감정을 자극해 대선 국면에서 두각을 드러내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강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현 정부의 형태를 꼬집으며 차별화를 꾀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 할 말을 한다는 이미지는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한국 내 보수성향 유권자들은 물론 미국 정부로부터도 우호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어 보인다.

어쩌면 윤 전 총장의 발언은 중국과의 관계 일부 악화를 무릅쓴 것이었을 수 있다. 하지만 파장은 예상보다 더 크고 직접적이었다. 한국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던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가 윤 전 총장 발언을 계기로 돌변했다. 중국 특유의 강경한 외교, 즉 전랑(늑대전사) 외교와 거리를 둬온 싱하이밍 대사가 윤 전 총장 인터뷰를 내보낸 언론사에 이튿날 바로 항의성 기고문을 낸 것은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윤 전 총장이 잠자던 전랑을 깨운 셈이다. 싱하이밍 대사는 기고문에서 "한미동맹이 중국의 이익을 해쳐서는 안된다"며 "한중관계는 한미관계의 부속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례적으로 강경한 발언이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중국 외교관의 역할은 중국의 중대한 이익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신속하게 입장을 밝히는 것"이라며 싱하이밍 대사를 두둔했다.

반중 여론이 지속되는 한 대선 국면에서 윤 전 총장을 비롯해 야당 후보들을 중심으로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중국을 자극하는 발언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그럴 경우 중국이 이번처럼 내정간섭에 가까운 공격적인 발언들로 맞받아칠 공산이 크다. 이에 따라 한중 관계가 악화될 여지가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daero@newsis.com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