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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피지기]강남서 ㎡당 천만원?…'토지임대부' 뭐길래
[집피지기]강남서 ㎡당 천만원?…'토지임대부' 뭐길래
  • 바른경제
  • 승인 2021.11.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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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슬 기자 = 서울 강남권 30평대 아파트를 3억~5억원 수준에 분양받을 수 있다?

흔히 '반값 아파트'로 불리는 토지임대부 주택이 다시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했습니다.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후보자가 공급 계획을 밝히면서인데요. 김 후보자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세텍(SETEC) 부지, 수서역 공영주차장, 은평구 혁신파크 부지 등을 거론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후보 시절부터 토지임대부 반값 아파트 공급을 주장해 왔습니다. 서울시는 강남구 옛 서울의료원 북측 부지, 송파구 옛 성동구치소 부지, 서초구 성뒤마을 등에 토지임대부 주택을 짓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지난 6월 분양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가 3.3㎡당 5653만원을 기록하는 등 강남권 분양가가 치솟고 있는데, 강남 노른자 땅에 어떻게 이 가격이 가능한지 살펴보겠습니다.

토지임대부 주택이란 공공이 토지 소유권을 갖고 건물만 입주자에게 분양하는 방식입니다. 분양 가격에 땅값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저가에 공급이 가능합니다. 전매제한이 끝나면 사고 팔 수 있지만 토지에는 따로 임대료를 내야 합니다.

이명박 정부 때 '보금자리 주택'이라는 이름으로 공급된 강남구 자곡동의 LH강남브리즈힐은 전용면적 74㎡ 분양가가 2억원이 채 안 됐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분양한 자곡동 래미안강남힐즈의 같은 면적 분양가가 약 7억5000만~8억2000만원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파격적으로 저렴한 가격이었죠. 이 단지의 경우 LH에 임대료로 약 15만원을 매월 납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의 가격 급등은 서울 시내 뉴타운 해제 등으로 인한 공급 부족이 원흉으로 지목됩니다. 서울 도심에는 대규모 부지가 마땅치 않고, 정비사업 규제를 완화할 경우 어렵게 안정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이 다시 들썩일 우려가 있습니다. 그러니 비교적 빨리 공급이 가능한 공공 소유 부지에 아파트를 짓겠다는 겁니다.

핵심 입지에 저렴한 주택을 공급한다는 점은 반가운 일이지만 최초 분양자에게만 로또가 될 뿐 시장안정효과는 미미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LH강남브리즈힐 전용 74㎡의 시세가 한국부동산원 기준 약 11억원 수준으로, 5배가 넘게 뛰었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분양가를 낮추면 부동산 시장이 안정된다는 논리가 실현되려면 대량의 주택이 저가로 공급돼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신규 주택이 여기저기 분산돼 공급되면서 분양가를 아무리 낮추더라도 인근 시세에 맞춰지는 결과로 귀결됐다"며 "기존의 토지임대부 주택도 입주 이후의 시세상승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자치구가 강력 반대하고 있다는 점도 관건입니다. 주민들은 대규모 부지에 아파트가 아닌 상업시설이나 고용창출이 가능한 기업이 들어오기를 바라니까요.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서울혁신파크 부지에 반값 아파트를 공급하는 것은 도시 기능은 외면한 채 주택 공급에만 급급한 잘못된 발상"이라고 반발했습니다.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행정소송을 비롯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막아내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정말 강남에 5억원 짜리 아파트가 지어질 수 있을지, 반값 아파트가 부동산 시장 안정에 기여할지, 아니면 이번에도 소수의 운 좋은 이들만 재산을 불릴지 관심이 쏠립니다.

'집피지기' = '집을 알고 나를 알면 집 걱정을 덜 수 있다'는 뜻으로, 부동산 관련 내용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기 위한 연재물입니다. 어떤 궁금증이든 속 시원하게 풀어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ashley85@newsis.com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