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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백신' 나윤선 "코로나 시기 작업한 11집, 치유 받았죠"
'음악 백신' 나윤선 "코로나 시기 작업한 11집, 치유 받았죠"
  • 바른경제
  • 승인 2022.01.0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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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기자 = "나윤선 공연 티켓은 의료보험을 적용해줘야 한다." 앞서 어느 유명 음악 기자가 프랑스 관객들 사이에서 떠돈다며 국내에 전달한 말이다. "나윤선의 노래에서 정신적 치유를 받는다"는 얘기다.

최근엔 이런 말이 나온다. 재즈 보컬 나윤선의 노래로부터 면역력을 접종 받는 거 같다고. 말 그대로 '음악 백신'이다. 나윤선이 오는 28일 워너뮤직그룹(WMG)을 통해 전 세계에 발매하는 정규 11집 '웨이킹 월드(Waking World)'는 그런 음반이다.

앨범 발매 전 11개 트랙을 먼저 듣는 호사를 누린 이후, 어쩔 줄 몰라했던 삶이 평안을 얻었다. 그렇게 나윤선은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와 단절, 그리고 고립의 기간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치유를 전한다.

7일 오후 서울 순화동에서 만난 나윤선은 "사실은 제가 이번 음반으로 가장 치유를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가 찾아온 이후 나윤선의 삶은 굉장히 좋지 않았다. 그녀의 주 활동기반은 유럽. 그곳에 갈 수 없으니 반쪽이 사라진 느낌이 들었다. "한국에 가족들이 있지만, 또 다른 음악 가족은 유럽에 있는데 만날 수 없으니 '집에서 집을 그리워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돌아봤다.

작년 1월부터 정신이 들기 시작했다. "코로나19가 언제 끝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으면, 빈손이 되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화음 하나 만들었던 곡을 포함 그간 작업한 곡들을 그러모았다.

"곡 작업을 하면서 '내가 내 스스로를 좀 더 챙길 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이 힘든 상황에서 '윤선아, 네가 제일 힘들지 않니'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죠. 누구나 각자 상황이 제일 힘들잖아요. 친구들에겐 '괜찮을 거야'라는 말을 하면서 왜 스스로에겐 그런 말을 하지 못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제게 스스로 '나아질 것'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게 안타깝더라고요. '잘 될 거야'라며 제 자신을 다독이고, 곡도 쓰면서 치유가 됐습니다."

한국대중음악상에서 네 번의 재즈 & 크로스오버 부문 최고 음반상 수상, 국립극장 여우락 페스티벌 예술감독,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인 '슈발리에'와 '오피시에' 수훈….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함께 한국 음악을 세계에 알린 나윤선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하는 건 새삼스러운 일이다. 수많은 한국 언론이 그녀를 소개하는 한마디로 사실상 정리된다. "이렇게 귀한 분."

그런 귀한 나윤선의 전작들 중에서 치유라는 키워드와 근접했던 앨범을 찾자면 5집 '메모리 레인'이다. 이후 나온 앨범들 주제를 거칠게 축약하면 6집 '보이지'는 여행, 7집 '세임 걸'은 다양성, 8집 '렌토'는 초연함, 9집 '쉬 무브스 온'은 재시작, 10집 '이머전'은 '터닝포인트'다. 이후 11집에서 다시 치유를 찾았는데, 이전 치유와는 분명 다를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에 오래 머물게 됐어요. 그 가운데 해외 친구들과 연락하면, 서로 부모님 안부를 물어요. 한번도 뵙지 못했는데요. 상대방뿐만 아니라 가족의 안부까지 묻는 걸 보면서, 인류는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면서 자연을 생각하게 됐어요. 그럼에도 아침에 해가 뜨는 것이 감사하고 또 미안하게도 느껴지고요. 이번 앨범에 실린 '라운드 앤드 라운드(Round And Round)' 노랫말에도 썼는데 이 무서운 천둥과 사나운 소나기가 정화와 위로를 주는 거 같아요. 이전 앨범들이 좀 더 개인적이었다면, 이번엔 주변의 치유 나아가 크게는 지구의 치유에 대해 다뤘죠. 어쩔 수 없이 (환경에 영향을 주는) 비행기를 타고 다녀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지만, 조금 더 자연의 일부라도 고민하고자 했어요. 곡을 쓰는 작업이 명상 같았습니다."

상처받은 영혼을 노래하는 '버드 온 더 그라운드(Bird On The Ground)'를 듣는 순간부터, 안식이 필요한 우리 영혼은 나윤선의 목소리에 빨려 들어간다.

11개 트랙은 마치 잘 써진 소설처럼 이미지로 귓가에 박힌다. 공감각적 심상은 이런 것이다. 삶에 대한 관점의 변화를 노래한 '돈트 겟 미 롱(Don't Get Me Wrong)', 무기력한 인간의 모습을 묘사한 '로스트 베가스(Lost Vegas)', 고혹적인 '하트 오브 어 우먼'을 지나면, 나윤선의 어머니에 대한 노래인 '마이 마더(My Mother)'에선 그녀의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느낄 수 있다.

잘 알려졌다시피 나윤선의 부친은 국립합창단을 창단한 나영수 지휘자, 모친은 한국 최초 뮤지컬 악단인 예그린 배우 출신 성악가 김미정 여사다. 김 여사는 여전히 딸을 만날 때마다 소리에 대해 강조한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은 '웨이킹 월드(Waking World)'. 동틀 녘에 내린 이슬의 얼굴로 우리 내면에 말을 걸어오는 몽환적이면서 아름다운 곡이다. 종말을 향한 비장함을 품은 '탱글드 솔(Tangled Soul)'은 숨 막힐듯한 사랑 노래다. 어쿠스틱 선율의 '잇츠 오케이(It's OK)'는 우리를 위로하고 '엔드리스 데자뷔(Endless Déjà Vu)'에서는 더욱더 자신을 사랑하고자 노래한다.

이렇기 때문에 첫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통째로 들어야만 하는 음반이다. 중간에 끊어 듣는 것이 아깝다. "나중에 녹음을 하려고 보니까 템포가 모두 비슷했어요. 같이 녹음을 한 뮤지션들이 '영화음악처럼 이야기'가 있다고 말씀해 주셨죠."

이런 하나의 결이 생긴 까닭은 나윤선이 처음으로 모든 트랙을 작사, 작곡, 편곡한 데다 프로듀싱까지 도맡은 앨범이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그녀가 작곡한 곡이 앨범에 실렸지만 앨범에 실린 곡 전부를 스스로 만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 음 한 음까지 다 직접 그렸어요. 코로나19로 인해 이전에 함께 작업하는 분들과 만날 수 없었으니까요. 제가 '올드스쿨'이라 온라인을 통해 주고 받으면서 작업하는 건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미디 프로그램 사용법을 배우고 혼자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찾으려고 노력했죠. 너무 정신이 없기는 했지만 공부가 많이 돼 재밌었어요."

작년은 우리 대중음악 소극장 문화와 공연계에 큰 획을 그은 극단 학전의 30주년이었다. 또 학전을 이끄는 포크계의 대부 김민기의 '아침이슬'이 50주년을 맞는 해였다. 학전은 나윤선에게도 의미가 큰 곳이다. 1994년 학전 뮤지컬 '지하철 1호선' 초연에 옌볜에서 온 처녀로 무대에 올랐다. 어릴 때부터 김민기를 존경해온 나윤선은 이 경험을 여전히 소중히 여기고 있다. 김민기 트리뷰트 앨범 '아침이슬 50년 김민기에게 헌정하다'에 기꺼이 참여해 '가을편지'를 불렀다.

"더 잘 부르고 싶었고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었는데 시간에 쫓겨서 아쉬워요. 김민기 선생님은 제 인생에서 중요한 분들 중 한분이죠. 무슨 뜻인지도 모른 채 초등학교 때 선생님의 '기지촌'을 불렀어요. 선생님은 정말 참 싱어송라이터입니다. 지금 들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노래를 쓰셨죠. 정말 천재이신 분입니다."

이번 음반 '웨이킹 월드'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또 있다. 앨범 커버다. 나윤선이 직접 찍은 자신의 모습이다. 그간 나윤선의 음반 커버 속 나윤선은 주로 측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번엔 드물게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제가 마주한 '웨이킹 월드'는 직격탄을 맞은 세상과 저의 일대일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카메라를 보는 걸 싫어하긴 하지만 제가 혼자 있으니까, 렌즈를 똑바로 보게 되더라고요. 그 모습이 제겐 의미가 있을 거 같았어요."

이번 11집에 대해서는 '다시 1집' 같다고도 정의했다. 워너뮤직그룹에선 앨범 구분 카테고리를 재즈로 해야할 지, 싱어송라이터로 해야 할 지 한참 고민했다는 후문이다.

"재즈의 시작은 많은 경우가 다른 분의 음악을 커버하면서 시작하죠.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제2의 창작을 하는데 익숙해져 있죠. 거기에 저도 익숙했고 남의 곡을 불렀다는 인식은 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이번 앨범은 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넣은 일기장 같은 음반이에요. 절박한 상황에서 다시 용기를 얻어서 만든 앨범이죠. 앞으로 더 잘하고 싶고, 열심히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요."

이번 나윤선의 '웨이킹 월드'는 8일부터 인터파크에서 예약판매가 시작된다. 나윤선은 오는 10일 출국, 유럽에서 '웨이킹 월드' 투어의 포문을 연다. 오는 12월에는 국내 전국투어로 한국 팬들을 만난다.

"상황이 좋아진다면 가장 관객과 가까이 할 수 있는 공연을 열고 싶어요.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에 관객이 있고 심지어 만질 수 있는… 마음의 거리가 전혀 느껴지지 않고 편안하게 만나서 노래할 수 있는 날이 오겠죠?"

그런 날은 반드시 온다. 언제 올 지 모른다는 것이 함정인데, 그래도 다행이다. 정신적 면역력을 강화해주는 나윤선의 음악이 있어서 버티며 기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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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