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안 記者의 '군산 야구 100년사'] '한국 프로야구 창립계획서' 빛을 보다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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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안 記者의 '군산 야구 100년사'] '한국 프로야구 창립계획서' 빛을 보다⑧
  • 조종안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 승인 2020.07.02 0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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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로야구 창립총회에 참석한 이용일 초대 사무총장(맨 왼쪽)/사진출처=군산야구 100년사
한국프로야구 창립총회에 참석한 이용일 초대 사무총장(맨 왼쪽)/사진출처=군산야구 100년사

 

1979년은 제2차 석유파동, YH무역여공 농성사건, 부마민주항쟁, 박정희 대통령 피격사건(10·26 사건) 등 그야말로 다사다난한 해였다.

그해 12·12군사반란과 이듬해 5·17 비상계엄 전국 확대조치로 권력을 장악한 전두환이 제12대 대통령에 취임하고 사정 바람이 휘몰아쳤던 1981년 어느 봄날.

집에서 쉬고 있던 이용일은 서울대학교 동기 이호헌의 전화를 받는다.

프로야구 창설을 계획하고 있는데 도와달라는 것. 이용일은 밤을 새워가며 작성한 18쪽 분량의 ‘한국프로야구 창립계획서’를 보내준다.

그러나 한 달쯤 지나 이번엔 이상주 청와대 교무수석비서관 전화가 걸려온다.

이 교무수석은 이용일에게 난색을 표했다.

지역감정을 심화시킬 수 있으니 계획안을 수정해달라는 것. 이용일은 그만두겠다고 말한다.

이유는 프로야구는 GNP 2만 불 이상 되는 나라에서 여가선용을 위해 하는 스포츠인데 2천 불도 안 되는 나라에서 특색도 없이 프로야구를 어떻게 하냐는 거였다.

이용일은 난동을 부려도 운동장에서 그치는 남미 실태를 조사해보고 내 구상안(한국프로야구 창립계획서)이 맞는다고 생각되면 실력자들(허화평·허삼수·이학봉)을 납득시키라고 전한다.

그리고 열흘 후 청와대로부터 예정대로 추진하라는 연락을 받는다.

“나도 처음에는 선수들 중심으로 알아봤지. 그런데 동대문상고 나온 윤동균 고향이 강원도라 하고, 선린상고 나온 박노준 출생지는 목포라 그러고···. 그걸 다 어떻게 뽑아. 하루 종일 하다가 집어치우고, 고등학교 졸업 중심으로 바꿨지. 경상도 아이라도 전라남북도 고등학교 졸업하면 무조건 ‘해태’다, 그런 식으로···.

이용일 사무총장이 김성근 OB베어스 코치 취임을 축하하고 있다.(KBO 행사장에서)/사진 출처=군산야구 100년사
이용일 사무총장이 김성근 OB베어스 코치 취임을 축하하고 있다.(KBO 행사장에서)/사진 출처=군산야구 100년사

 

"사람들은 내가 전두환 정권의 노리개로, ‘3S 정책’(영화·섹스·스포츠)에 놀아났다고 하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야."

"1978년부터 구상해온 ‘한국프로야구 창립계획서’(성장기·발전기·안정기 각 3년씩 9개년 계획안)를 당시 청와대에서 100% 밀어줬고, 지원해준 것이지. 처음에는 브레이크가 걸리기도 했지만, 결국 내 계획안대로 진행됐으니까 말이야."

"그리고 한국프로야구 젊어져야 해. 우리 야구 수준이 높아졌거든."

"요즘 최고 연봉이 15억인가 하는 모양인데, 25억, 30억 받는 선수가 나와야 한다 이거야. 관중도 더 늘어나야 해. 애정과 열정으로 매니지먼트 할 수 있는 리더가 나와야 프로야구가 살아. 썩어빠진 정신으로 하면 안 돼. 내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이야, 됐어. 그만하자고.”

국내 프로야구 창립 주역으로, 초대 KBO 사무총장을 10년 넘게 맡아 한국프로야구 발전에 초석을 다진 이용일 총재대행은 인터뷰 내내 왕성한 모습을 보여줬다.

팔순을 넘겼음에도 놀라운 총기(聰氣)와 40대 못잖은 열정이 넘쳐났다. 깊게 패인 주름에서 카리스마도 느껴졌다. 그는 기자의 명함을 챙겨 지갑에 넣고는 총총히 자리를 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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