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守市塔] "학교내 폭력은 구성원의 집단 知性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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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守市塔] "학교내 폭력은 구성원의 집단 知性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 김윤태 우석대 유아특수교육과 교수
  • 승인 2021.01.11 0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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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태 우석대 교수
김윤태 우석대 교수

중학교에서 발생한 장애 동급생에 대한 학교폭력에 대한 조사 일환으로 피해자 및 가해자부모, 교사들 장학사와의 집단면담을 오늘 (8일) 마지막으로 진행했다.

그 사이 해를 넘기고 한 달이 쏜살처럼 지나갔다.

동급생들에 의한 교실에서의 장애학생 학대를 담임교사가 발견한 지 40여 일이 지나도록 학교와 교육청이 해결하지 못하고, 마치 낚싯줄이 이리저리 엉켜 어디가 고리인지 매듭인지도 모르는 형국에서 타의반 자의반으로 맡게 된 사건이었다.

피해 학생이 학교에도 못 나가고, 학생 부모는 울분에 차있고, 초임 담임교사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쫓기는 학교와 장학사는 악수(惡手)를 두고는 넋빠진 그런 상황이었다.

이런저런 형편으로 정신없는 와중에서도 나에게는 이 사건을 맡은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가장 크게는 학교 내 많은 사건이 교육적 사고가 부족한 검찰과 경찰에 모아지고 결국 교육철학이 부재한 사법부의 판단에 의존하는 것에 대한 비판적인 나의 문제의식에 있었다.

우리는 졸업식 시즌마다 학교에 경찰을 배치하고 이를 뉴스화하는 너무도 당연하게 여기는 그런 사회 아닌가?

나는 내가 의뢰받고 수행했던 다른 학교 내 사건처럼 이 교육 사건도 사법부의 결론으로 가지 않고 학교 구성원의 집단 지성에 의해 교육적인 사고로 이 문제를 풀기를 원했다.

두 번째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장애를 가진 사람에 대한 편견과 인식 부족 이었다.

이 사건에서도 장애 학생의 진술을 신뢰하지 못하는 편견과 비장애인도 나이를 먹어가면서 갖게 되는 일부 장애인의 “지금”과 “여기‘에 대한 부정확성을 확대해석하여 장애를 가진 학생이 실제 경험하고 지각한 인식과 기억에 기반한 진술을 부정하는 학교와 교사의 태도가 있었다.

그동안 도가니 사건을 비롯한 수십건의 장애인 관련 관찰진단조사를 통해 확인한 것이 있다.

때로는 비장애인보다 더 명확한 장애인의 진술에 대한 신뢰도를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비장애인 대부분이 이해하지 못하고 소통하지 못할 뿐, 발달장애인들 대부분은 자신이 경험하고 저장한 인식들을 표현하고 호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사건에서 교사들에게 피해 학생의 초기진술 대부분이 사실이었음을 증명해 주고 싶었다. 이것은 피해 학생 아버지의 유일한 바람이기도 하였다.

그는 자신의 아들이 계속적인 호소를 믿어주지 않고 침묵하는 교사와 주위에 대한 분노가 있었다.

셋째는, 강제전학이라는 폭탄 돌리기가 마치 교육적인 방법인 양 수십 년 동안 교육청에서 반복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에 대한 것이다.

물론 가해자 ⋅ 피해자 분리원칙의 일환으로 이용될 수는 있지만, 그 활용은 극히 제한적이어야 한다.

특히 미성년자인 촉법소년의 경우에는 새로운 교육환경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에 처할 수 있는 위험한 비교육적인 처벌이라는 것이다. 반성할 수 있고 회복할 수 있는 교육적인 방법을 포기한 손쉬운 무책임한 징계가 강제전학인 것이다.

어쩌면 피해자의 복수심에 근거한 감정적인 효과 외에는 별로 교육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아마 기성세대는 특히 남학교를 경험한 아버지들은 강제전학 온 아이와 강제전학 간 친구를 둔 다양한 경험과 축적된 기억이 상존할 것이다. 그 폐해로 대부분 긍정적인 기억을 갖고 있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이 사건의 조사방식은 코로나 19의 상황과 성인에게 배운 것을 따라한 어린 학생의 입장을 고려해서 간접조사방식을 택했다.

부모들이 직접 자녀들에게 묻고 진실을 받아 적어 제출하게 하는 방식이었다.

잘못을 감춰주고 축소하고 넘어가는 가정교육은 결코 당신 자녀들을 민주시민으로 키울 수 없다고. 진실을 말하게 하고 반성하는 교훈을 경험하게 하라고 부모들에게 요구했다.

이렇게 작성된 진술서가 불성실하거나 부족하면 다시 반복해서 진술서를 작성하는 동안 조금씩 부모들의 변화가 보여지고 학생들의 진술이 이어져 피해 학생의 진술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며 드러나는 교사들의 인식과 태도와 대처방식에 필자조차도 힘에 겨워 포기하고 고발도 생각했다.

과연 억지로 받아내는 반성이 피해 학생 어머니의 울분을 달랠 수 있을까?

화해와 용서를 이끌 수 있을까? 반문하며 밤새워 뒤척이다 사의를 표현하고 번복하기를 반복했다.

내 생각과 의지와 다들 다르구나,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는 말을 절감하고 표현도 했다. 이전 사건들과는 많이 다르구나...

안타까움과 실망이 교차하면서 또 쪼고, 윽박지르고, 권면하며 인내하며 조사를 이어나가는 동안 다행이 조금씩 교사들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학교장의 책임지려는 자세도 보이기 시작했다.

완강할 것 같았던 주범(主犯)이라는 가해 학생에게서 의외로 의젓함과 진실함도 보았다. 반성하고 있었다.

피해 학생에게 잘못을 빌고 있었다.

”아! 이 친구가 잘하면 피해학생의 베프(베스트 프렌드)가 될 수도 있겠구나“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쉽지만 그 가해 학생 어머니에게서는 그런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 미성년자의 잘못은 그들만의 책임이 절대 아니야“ ”우리 성인들 우리 사회환경의 책임이 최소한 반 이상이야“며 속으로 외쳤다.

작년 처음 조사를 의뢰받고 학교에서 학부모들과 선생님들과 만나는 날 모인 부모들과 교사들의 발언이 이상하게 요즘 막을 내린 드라마 ‘팬트하우스’와 오버랩 됐었다. 드라마 팬트하우스 학부모와 교사들의 장면이 보이며 영화 ‘밀양’의 절망도 느꼈었다.

한해를 넘기고 오늘 조사 마지막 날인 집단면담에서 이들의 자녀교육에 대한 반성과 피해 학생과 부모님에 대한 용서 구함은 이전에 보았던 모습과 전혀 달랐다.

물론 피해 학생 진술이 대부분 확인된 측면도 영향을 끼쳤겠지만, 이들의 고백은 진실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특히 한 어머니는 진술서를 받으며 자녀와 대화하는 동안 하나씩 밝혀지는 사실에 깊은 아픔을 받았다고 전하며 용서를 구하기도 했다.

이제 조금씩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 협력 학생, 방관 학생이 이번일로 한껏 성숙한 선생님들과 부딪치며 성장하는 교실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지금 피해 학생 어머니의 울분과 자녀가 당했을 학대에 대한 고통이 언제 누그러질지는 모른다. 한순간에 치유될 일도 아니다.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조사보고서가 나의 손을 떠나면 최종결론은 각종 징계위원회와 재심위원회 등 절차를 거칠 것이다.

결과는 모르겠으나 나는 믿는다.

피해학생부모, 가해 학생부모, 방관학생부모, 교사, 학교장, 장학사들 비록 처음에는 인식하지 못했지만 진실이 밝혀내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양심과 염치와 용서와 화해에 기초한 집단지성의 해결 힘이 다시 학교를 세울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김윤태 교수는?

독일 마부르크 필립스대학교 박사(철학)로 심리운동학을 전공했다.

현재 우석대 유아특수교육과, 심리운동학과 교수다.

또 우석대 사이버 평생교육원장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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