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옥 작가의 단편소설] #골목 이야기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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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옥 작가의 단편소설] #골목 이야기 4-4
  • 김선옥
  • 승인 2022.06.30 18:48
  • 기사수정 2022-06-30 1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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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복동 화재 참사가 난 장소에는 추모공간이 마련됐다/사진=투데이 군산
개복동 화재 참사가 난 장소에는 추모공간이 마련됐다/사진=투데이 군산

(…4-3에 이어)

'윤락가의 화재 사건'은 그렇게 해서 전국의 방송망을 탔다.

현장감식반의 보고에 의하면 화재는 누전이 원인이라고 했다. 낡은 건물의 오래된 배선이 문제였다고 뉴스 해설자는 감정을 싣지 않은 목소리로 전했다.

텔레비전에 비춰진 화재 현장은 생각보다 처참해 보이지 않았다.

여러 방송에서도 화재를 화제 삼아 나름대로 이야기를 꾸며 뉴스를 내보냈다. 그들은 여자들이 도망가지 못하게 밖에서 문을 잠갔고, 쇠창살로 여자들을 가두었기 때문에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불에 타 죽은 것은 순전히 쇠창살 탓이라고 목소리에 분노를 실어 소식을 전하는 진행자도 있었다.

뉴스 작성자들이 머리로 짜낸 엉터리였다.

다른 세상은 아침이었지만 그 시각 골목은 밤이었다. 일이 끝난 여자들에게도 잠을 자야 하는 밤 시간이었다. 여느 집처럼 골목의 집들도 잠들기 위해 문을 잠갔다. 문을 활짝 열어 두지 않았던 것, 도둑이 들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인 쇠창살은 여자들을 가두는 감옥으로 묘사되었다. 쇠창살과 잠긴 문은 악랄한 포주에게 죄를 더하고, 불쌍한 여자들에게 동정을 추가했다.

뒤늦게 각종 신문이나 방송사들이 날마다 시간마다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떠들어 댔다. 인권의 사각지대니, 버림받은 그늘진 꽃이니, 온갖 현란한 어휘들을 폭죽처럼 터뜨리며 죽음을 애도하였다.

죽음에 수많은 수식어들이 줄을 이어 등장했지만 시체가 된 여자들은 알 리가 없을 것이었다. 여자들이 몸을 버둥거리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 아마 죽는지 모르게 죽었을지도 몰랐다. 죽음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한 채 죽어 버렸을 것이었다.

불이 난 시각은 여자들이 수면에 깊게 빠져 있을 시간이었고, 잠든 사이에 발생한 화재였다. 여자들은 미처 숨을 쉴 겨를도 없이 질식해서 짧은 시간에 사망했을지도 몰랐다. 순간적으로 불이 난 상태여서 화재가 어떻게 났는지, 어디에서 발생했는지, 어디로 빠져나가야할지, 그런 것들을 생각할 시간적 여유도 없이 죽었을 수도 있었다. 어쩌면 뉴스와 다르게 죽었거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삶의 문을 지나 죽음의 세계로 발을 딛었을 것이었다.

여자들의 죽음이 보도를 타고 빠르게 알려지자 세상이 떠들썩했다.

여자들이 골목에서 생활할 때, 한번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잘난 사람들이 수시로 찾아와 골목에 관심을 보였다. 그들은 골목 앞에서 소리를 질러댔다. 두 손을 불끈불끈 들어올리고, 한 사람이 선창하면 다함께 그 소리를 따라서 외쳐 대었다. 살려 내라! 살려 내라! 죽은 자를 살려 낼 수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부르짖는 공허한 울림이었다.

노총각은 매스컴에서 연일 떠들어 대는 식상한 문구들을 밤이나 낮이나 귀가 아프게 들었다. 이름이 있는 단체의 사람들도 창살이 뜯기고 연기에 그을린 흉측한 건물의 벽에 검은 색의 현수막을 근조 휘장처럼 매달아 놓았다. 현수막에 써진 문구들 역시 외치는 구호나 별반 다를 바없었다.

노총각은 리어카를 끌고 골목 앞을 지날 때 껌을 딱딱 씹던 여자의 얼굴을 기억하려 노력했지만 도무지 기억나지 않아 애가 탔다. 여자가 죽었다는 것도 실감나지 않았다. 여자가 죽고 없어도 여자들의 이야기는계속되었다.

골목집의 화재는 화재의 규모에 비해 언론에 더 심하게 불이 붙었다.언론 종사자들은 극성을 떨며 경쟁하듯 골목 주위의 집들을 이 잡듯 뒤적였다.

그들은 화재보다도 여자들에 대해서 더 많이 캐묻고 다녔다. 여자들의 죽음은 윤락녀란 이름의 폭발성 때문에 반향이 더욱 거세었으며 언론의 집요한 추적은 날마다 쉬지 않고 이어졌다.

각종 방송매체와 신문, 잡지에서 근무한다는 카메라나 취재기자들 덕분에 여자들의 이야기는 싱싱하게 각색되어 끊이지 않았다. 여자들의 비참한 삶은 뉴스 중간에 따끈따끈한 화제로 양념처럼 보도되었다.

펜대를 굴려 가며 이상한 이야기를 지어내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연일줄을 지어 골목을 넘나들며 골목의 상황에 눈을 번뜩였다.

여자들의 피가 따뜻하게 돌고 있던 시절에는 윤락녀란 주홍글씨를 박아 욕설을 퍼붓다가 죽고 나자 먹이를 노리는 맹수처럼 덤벼들었다. 생전에 안면도 없던 가족들을 찾아내기 위해 죽은 자들의 연고지를 수소문하고, 얼쩍지근한 혈연들을 전면에 내세워 전국을 강타했다.

곳곳을 뒤져 찾아낸 죽은 자들의 가족들은 버젓하게 얼굴을 들고 자랑스럽게 일하다가 죽은 피붙이처럼 인권을 외쳤다.

특종을 노리거나 흥밋거리를 찾는 언론들은 죽은 이들이 골목에서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처참하게 살았는지를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시키느라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그들은 죽은 이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이웃들을 부추기거나 충동질하면서 당연한 듯이 지나친 죄책감을 강요했다.

여자들에게 골목의 생활을 무리하게 강요한 적은 없었다. 어쩌다 보니 여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골목에 들어와 있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러면서도 차츰 생활에 익숙해졌다.

여자들은 먹고, 자는 일상의 일과처럼 골목에도 적응했다.

어떤 사람들은 여자들에게 동정의 눈길을 던지며 불쌍한 인생이라고 말했다.

포주들이야말로 여자들의 자궁을 팔아 배때기에 기름을 채우는 천하의 몹쓸 놈들이라고 입에 거품을 물었다.

욕설을 내뱉는 그런 위인들이야말로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릴 체면만 있다면 매매춘이야 우습게 취급할 종족이었다. 아무도 모르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언제라도 여자들을 쓰러뜨리고 자궁 속에 자신들의 거시기를 처박고 싶어 몸살을 앓는 후레자식들까지 주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선 선 점잖은 인종처럼 굴었다.

웃기는 일이었다.

껍데기를 도덕으로 무장한 신사 중에는 얼굴에 철판을 깔고 여자들을 노리개로 여기던 개새끼들도 있었다. 가득 채운 주머니를 여미며 여자에게 쩨쩨하게 덤비던 치사하고 싸가지 없는 종자들도 여자들의 죽음에 애도를 표했다.

여자들의 맥박이 강하게 뛰던 생전에는 입에 발린 양심을 신랄하게 비웃었지만 여자들이 저세상으로 떠난 이제는 저변에 감추어진 거짓과 위선들을 까발릴 수가 없었다.

여자들은 커다란 잣대로 일정한 선을 그어 놓고 그 안에서만 살았다. 버린 사람처럼 취급한 세상에 한이 맺혀 여자들도 당연하게 세상을 버리겠다는 각오였다.

더러 여자들과 같이 생각하기도 했지만 다르게 생각한 사람들이 있는데도 여자들은 편 가르기를 하여 아군과 적군을 분명하게 단정지었다. 단정은 무서운 편견이었다. 선을 그어 놓은 이쪽으로 다시 넘어올 생각이나 노력하려는 시도도 없게 고집을 세우는 철저함이었다.

가까스로 빠져나온 몇은 선을 뛰어넘기 위해 애써 세상과 타협하며 살았던 적이 있기도 했다.

그러나 곧 험한 세상에 등을 돌렸다. 여자들은 골목이 세상에 비해 더 편하고 안전하다는 것을 깨닫고 안식처인 골목으로 용감하게 다시 돌아왔다. 바라지 않으면 억지로 잡아끌거나 밀어 넣지 않는데 골목에 손을 내민 여자도 있었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었다.

스스로 골목을 택한 여자들은 골목이 인생이었지만 언론들은 연일 공무원들과 골목집에서 살던 이들의 연결고리들을 찾아내라고 아우성이었다. 숨어 있던 지하의 끈 몇 개가 마지못해 모습을 드러냈다. 힘없는 경찰이나 하급 공무원, 골목집 주인들이었다. 그들 몇 사람은 붙잡혀 갔거나 수배 중이라는 소식이 들렸다.

술을 팔아 돈을 벌던 골목길과 비슷한 앞 동네도 피해를 입었다. 골목과 마주 서 있던 그 거리도 태풍이 휩쓸고 간 해안 도시처럼 피폐해졌다. 아예, 장사를 포기한 채 문을 닫아걸고 휴가를 떠난 집도 있었다.골목집과 술집에서 우글거리게 많던 여자들의 모습은 순식간에 자취를감추고 보이지 않았다. 어느 곁에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는지 흔적조차없었다. 땅으로 꺼졌는지, 하늘로 솟았는지 어디로 숨어 버렸는지 전혀짐작할 수 없었다.

어둠이 내릴 무렵이면 열 명씩 조를 이룬 전경들이 골목 어귀에서부터 진을 치고 보초를 섰다. 상가들은 다른 때보다 일찍 문을 닫았고, 빈번하던 차들의 왕래도 드문드문해졌다. 골목의 주변에서 서성이던 사람들은 되도록 바깥출입을 삼갔다.

이제 찬란한 밤의 골목은 사라지고 없었다.

어딘가에 숨어 있던 괴물이 불쑥 뛰쳐나와 골목의 생기를 앗아가 버렸는지도 몰랐다. 여자들이 살아 있었을 때는 그렇게 밝고 환했던 골목이 이제는 캄캄한 암흑의 동굴처럼 깊숙한 어둠에 갇혀 버렸다. 여자들의 싱싱한 웃음소리도, 여자들의 낮게 주고받던 속살거림도, 흥겹게 흥얼거리던 노랫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밤이면 지옥의 사자처럼 시커먼 어둠이 골목의 구석구석을 차지하였다. 자리를 잡은 퀴퀴한 냄새들은 낮이나 밤이나 증식을 멈추지 않았다. 바퀴벌레 같은 해충과 쓰레기만이 살맛나는 세상을 만났다는 듯이 골목의 주인으로 버젓이 버티었다.

여자들이 사라진 후에도 골목은 여전히 존재했다. 불이 할퀸 몇 집을 제외하고, 낮의 골목은 여자들이 살았던 시절이나 죽고 없는 때나 겉으로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여전히 철문이 내려져 있고, 굵고 튼튼한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어쩌다 골목길을 지나는 사람들도 새시 문이 굳게 닫힌 골목집들을 흘끔거리며 지나쳤다.

노총각도 자주 골목이 있는 거리를 지나갔지만 여자가 죽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테이프가 가득 담긴 리어카를 밀고 지나칠 때 폐허처럼 황량하게 버려진 장소 어디에서 여자가 환한 웃음을 지으며 걸어나올 것 같았다.

여자가 죽은 뒤에도 노총각은 가끔 골목에서 여자를 본 듯한 착각에 잠기곤 했다. 화사하게 치장된 골목에서 방금 빠져나온 여자가 '요즘 유행하는 노래가 뭐예요? 테이프 하나 골라 줘요.' 하고 배시시 웃으며 당장이라도 말을 걸어올 것 같았다. 그는 여자가 없어서, 없는 여자가 보고 싶어서 때때로 술을 마셨다.

노총각은 다른 날처럼 골목 앞을 지나가다 걸음을 멈추고 잠시 숨을 골랐다. 건물은 아직 불에 타고, 연기에 그을린 채로 버려져 있었다. 철창이 없는 문의 가장자리엔 불에 덴 자국들이 선연했다. 낮에도 숯처럼 새카맣게 탄 집 안쪽에는 타다 남은 이불이며 옷가지들이 가구들과 뒤엉켜 널부러져 있었다. 불에 타서 솜이 삐죽삐죽 비어져 나온 이불은 내장을 드러낸 죽은 짐승처럼 그의 속을 니글거리게 만들었다.

메스꺼움을 참고 고개를 돌리던 노총각은 아는 얼굴과 부딪혔다. 골목을 제 집 안방처럼 자유롭게 드나들던 외판원 아주머니였다. 두껍게 화장한 아주머니의 얼굴에 땀이 골을 지었다. 여전히 지치고 피곤한 기색이었다. 아주머니는 하소연할 동지를 만나서 반갑다는 듯이 거리에서 노총각을 붙잡고 늘어졌다.

“아이고, 테이프 파는 총각이구먼. 그때 총각도 봤지? 썩을 년이 하필 그날 내 화장품을 몽땅 사 갔다니까. 비싼 것만 골고루 골라서 가져가더니만 꼴깍 죽어 버렸지 뭐야. 한 푼도 받을 수가 없으니 내가 환장하지 총각은 테이프 값 떼인 거 없수?”

미칠 지경인 노총각의 상태를 모르는 아주머니는 화장품 값을 날렸다고 죽은 자를 들먹였다.

노총각은 부채질하는 아주머니에게 단단히 화가 났다. 자칫 아주머니를 후려갈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총각은 아무 말 없이 깊게 숨을 들이켠 후에 마음을 다스렸다. 억지로 이를 악물고 화를 참는 표정이 괴상하게 일그러졌다.

노총각은 외판원을 한번 사납게 째려본 후에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테이프의 볼륨을 크게 키우고 멈추었던 리어카를 밀었다.

아주머니는 대꾸도 하지 않고 가 버리는 그의 뒷모습을 뜨악한 표정으로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아주머니는 그가 왜 일그러진 표정을 지었는지 도무지 그 속을 알 길이 없었다. (끝)

김선옥 작가의 단편소설은 매주 금요일에 이어집니다.

김선옥 작가는?

김선옥 작가
김선옥 작가

ㆍ군산 출생

ㆍ개정간호대학(현 군산간호대학교) 졸업

ㆍ1981/1987/1991년 간호문학상(단편소설)

ㆍ1991년 청구문학상(단편소설)

ㆍ2000년 전주일보 신춘문예(단편소설) 당선

ㆍ2018년 채만식 문학상 운영위원

ㆍ現 한국소설가협회-전북소설가협회-전북문인협회-소설문학 회원

ㆍ現 논산 행복한 요양병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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