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옥 작가의 단편소설] #그의 아내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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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옥 작가의 단편소설] #그의 아내⑥
  • 김선옥
  • 승인 2022.08.12 04:45
  • 기사수정 2022-08-12 0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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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군산코리아커피아카데미 제공
사진=군산코리아커피아카데미 제공

(…⑤에 이어) "혹 이영현이란 사람을 기억하나요? 무역업을 했는데. 좀 한심한 남자죠.”

그녀가 이영현이란 이름을 발음하자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나는 정확하게 그를 기억했다. 그는 심성이 곱고, 소심한 편이었지만 그녀의 말대로 한심한 남자였다.

내게 남편과 같은 편집증적인 애정을 보이며 아내와 당장 헤어지겠다고 난리를 폈다. 나와 결혼하겠다고 부득불 우겼던 그는 내 인생의 약도를 엉망으로 만들며 한때 나를 곤경에 빠뜨렸었다.

그를 떼어 내느라 얼마나 학을 떼었는지 생각하기조차 끔찍한 노릇이다.

"내가 해원 씨를 깔아뭉개지 않고 인격적으로 대우하는 것은 이영현씨 때문이죠. 그가 바로 내 오빠거든요."

그러고 보니 어디서 본 것 같았던 인상은 그와 연관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가 잘 살고 있는지 묻고 싶었지만 나는 묻지 않았다.

“오빠는 남편을 빼고, 해원 씨가 제일 오래 만났던 사람이었겠죠. 물론 오빠가 팽개쳐서 바닥으로 주저앉은 사업을 정상에 올리려고 그랬다는 거 압니다. 다른 여자들이라면 그냥 뺑소니칠 상황인데 꽤 애를 썼지요. 그런 점에서 저는 해원 씨의 프로의식에 경의를 표합니다. 그게 제 이야기의 핵심이지요."

"칭찬인가요? 그 기간이 내게는 정말 죽을 맛이었다는 거, 알고서 하는 소리인지"

"물론이지죠. 제게 올케가 되어 주지 않겠어요?”

그녀의 단도직입적인 제의는 내게 명령어로 들렸다. 나는 더듬거리며 되물었다.

"무슨... 소리죠?"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해원 씨가 예전에 만나서 알고 있는 제 오빠가 지금 부인이 필요하다는 뜻이죠."

그녀는 담아 온 속내를 털어놓으며 오빠의 근황을 간략하게 이야기했다. 이영현은 아직도 나를 잊지 못한다는 전언이었다. 이 년 전에 혼자가 되었고, 미국에 건너가서 이젠 기반을 잡은 상태인데 내 이야기를 꺼내면서 찾아줄 것을 요구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래서 해원 씨를 찾기 시작했지요. 내가 찾던 해원 씨가 그이와 수상하게 지낸다는 것을 알고, 약간은 충격이었어요. 대부분의 아내들이 느끼는 그런 충격이었죠. 이성적인 저는 시간이 되면 헤어질 것이라고 기다렸는데 끝내지 않더군요. 계속 진행형이어서 어쩔 수 없이 개입하게 된 겁니다. 헤어진 올케는 해원 씨처럼 현명하지 못했어요. 해원 씨의 관계를 알고, 먼저 치고 나왔거든요. 오빠는 해원 씨에게 준 것보다 더 많은 위자료를 올케에게 지불해야 했어요. 꽃뱀보다도 더 저질이었죠."

올케에 대해서 욕할 때도 그녀의 말투는 내게 사용하던 그대로였다.

나를 만나기 전부터 이미 다른 남자를 만나던 이영현의 아내는 꽤 많은 재산을 울궈 간 모양이었다.

다른 남자와 깊은 관계로 지내고도 남편과 헤어지면서 제몫을 챙기다니 꽃셈의 기질을 나보다도 더 많이 지닌 똑똑한 여자였다. 그녀는 오빠와 올케 사이에는 개입하지 않았다고 했다.

오빠가 나를 잡을 수 있기를 바랐지만 당시엔 내가 꽃뱀인 사실은 꿈에도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모든 것을 숨기지 않는 이유는 내가 현명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라는 말도 첨가했다.

살다 보면 누구나 질곡을 겪고, 기회를 맞기도 한다. 질곡을 헤쳐 나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고, 기회를 활용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그녀는 이번이 내게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득했다.

"즉시 답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에요. 해원 씨가 마음만 정하면 이곳과 지루한 생활을 거뜬히 벗어날 수 있어요. 스스로 쓰레기라고 말하는과거를 묻어 두고 떠날 수 있다는 거죠. 홀가분한 제의가 솔깃하지 않나요? 결정되면 제게 전화하세요."

그녀가 계획한 하이라이트였다. 오케이라고 응답하면 즉시 오빠에게전하겠다고 그녀는 속삭였다. 오빠가 귀국하면 만나서 함께 이야기해보고, 싫으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면서 남편과의 관계에도 아량을 내보였다. 아직 끝낼 마음이 없다면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게 아니냐는 식이었다.

마지막 말을 마친 그녀는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조용히 일어섰다. (계속)

※김선옥 작가의 단편 소설은 매주 금요일 이어집니다. 

 

김선옥 작가는?

김선옥 작가
김선옥 작가

ㆍ군산 출생

ㆍ개정간호대학(현 군산간호대학교) 졸업

ㆍ1981/1987/1991년 간호문학상(단편소설) 수상

ㆍ1991년 청구문학상(단편소설) 수상

ㆍ2000년 전주일보 신춘문예(단편소설) 당선

ㆍ2018 채만식 문학상 운영위원

ㆍ現 한국소설가협회-전북소설가협회-전북문인협회-소설문학 회원

ㆍ現 논산 행복한 요양병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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